코스피가 미국 기술주가 급락한 여파로 3% 넘게 하락한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06.92포인트(3.48%) 내린 5730.74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005930)
와
SK하이닉스(000660)
가 잇따라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지만 국내 증시는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우려에 다시 흔들렸다. 3분기 이익이 늘거나 실적 전망이 높아진 기업들도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증시를 뒷받침할 4분기 이익 전망마저 반도체 양사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이 계속되고 있어 실적 개선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지 여부가 시장 회복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6.92포인트(3.48%) 급락한 5730.74에 거래를 마쳤다. 간밤 아마존·인텔 등의 실적 발표 후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영향으로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국내 증시의 이익 개선을 이끄는 반도체 양사의 호실적도 투자심리 위축을 막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32.1% 증가한 83조 3338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약 783% 급증한 107조 4405억 원으로 하루에 1조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3.02%, 7.08% 하락해 ‘22만 전자’와 ‘141만 닉스’에 머물렀다.
실적 기대가 높아지고 대규모 수주 소식을 전한 기업도 약세를 면하지 못했다. 삼성전기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한 달 전 6504억 원에서 8354억 원으로 28.44% 높아졌지만 이날 주가는 7.50% 떨어졌다. 삼성전기는 이날 글로벌 대형 기업과 8793억 원 규모의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 계약을 체결해 올해 누적 수주액이 5조 1800억 원으로 확대됐다고 밝혔지만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익이 늘었어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기업에는 매도세가 더욱 거셌다. 기아는 전 거래일보다 11.73% 내린 9만 5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9만 34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8183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3% 늘었지만 시장 전망치인 2조 3574억 원을 22.9% 밑돌았다. 4분기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아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2조 3182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2.16% 하향됐다.
현재까지 발표된 3분기 실적도 기업 전반의 호조로 보기는 어렵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76개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총 226조 7594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3.38% 웃돌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전망치에 1.09% 못 미쳤다. 분석 대상의 절반이 넘는 42개사(55.3%)가 기대 이하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합산 실적과 개별 기업의 성적 사이에 온도 차가 뚜렷했다.
향후 증시 흐름을 가늠할 4분기 전망에서도 반도체 편중은 이어지고 있다. 추정기관이 3곳 이상인 코스피 188개사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전일 기준 296조 4814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23% 늘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전망치 합계가 217조 7417억 원으로 전체의 73.4%를 차지했다. 양사를 제외한 영업이익 전망은 같은 기간 약 2.0% 낮아진 것으로 추산됐다. 반도체를 빼면 기업들의 이익 기대는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반도체 양사의 전망도 엇갈렸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100조 9741억 원으로 한 달 새 13.92% 높아졌지만 삼성전자는 116조 7676억 원으로 3.32% 낮아졌다. 같은 기간 주가는 SK하이닉스가 13.54%, 삼성전자가 14.86% 하락했다. 이익 기대가 높아진 SK하이닉스조차 주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실적 개선만으로는 매수세를 끌어내기 어려운 모습이다.
다른 주력 기업에서도 전망 하향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한 달 새 14.47%,
한화오션(042660)
은 17.38%,
HD현대중공업(329180)
은 6.04% 낮아졌다. LG전자와
LG이노텍(011070)
도 각각 38.59%, 39.59% 하향됐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와
LS ELECTRIC(010120)
은 전망치가 각각 1.25%, 7.73% 높아졌지만 같은 기간 주가는 24.90%, 22.73% 떨어졌다. 실적 전망 하향이 주가에 부담을 주는 가운데 전망이 개선된 기업도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을 피해 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대금 감소도 증시 반등을 제약하고 있다.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88조 원대로 떨어져 좀처럼 회복을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결국 4분기 증시 회복은 빅테크의 투자 여력과 실제 수요가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자동차·조선 등 다른 주력 업종의 실적 눈높이 하향이 멈추고 매수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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