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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 반도체 슈퍼호황, 오히려 위험하다?"…월가가 경고한 '거품의 역설

여기에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미국 주요 IT 기업들은 AI 경쟁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지만, AI 서비스 수익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투자 축소...

"AI 반도체 슈퍼호황, 오히려 위험하다?"…월가가 경고한 '거품의 역설

전 세계 증시를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에 대해 미국 월가에서 “지금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열풍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실적까지 끌어올리고 있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과열된 기대감이 또 다른 버블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투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 특유의 경기 순환 구조와 AI 기술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현재의 호황이 급격히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Micron) 공식 홈페이지 화면. [사진=마이크론 홈페이지 캡처]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선임 마켓 칼럼니스트 제임스 매킨토시는 ‘AI 칩 광풍이 파멸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투자자들이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AI 기대감이 극단적으로 커진 시기일수록 오히려 위험 신호를 놓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있다. 마이크론은 3년 전만 해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AI 서버용 HBM 수요 급증 덕분에 미국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는 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 향후 12개월 기준 예상 순이익은 메타와 버크셔해서웨이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월가가 진짜 주목하는 부분은 ‘너무 빠른 성장’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 순환 산업으로 꼽힌다. 수요가 폭증하면 기업들이 대규모 증설 경쟁에 나서고, 이후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 가격 급락과 실적 악화가 반복되는 구조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지난 2022년에도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이유로 저평가 종목으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업황 악화로 주가가 급락한 경험이 있다.

AI 기술 변화도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구글 연구진이 AI 메모리 사용량을 기존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을 공개하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AI 성능은 유지하면서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재의 HBM 수요 전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미국 주요 IT 기업들은 AI 경쟁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지만, AI 서비스 수익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투자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AI 규제 강화 움직임 역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반도체 업황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구조 재편과 연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 시대 핵심은 결국 연산 능력과 메모리 효율 경쟁”이라며 “현재 시장은 AI 성장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면 승자 구조도 매우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AI 산업은 장기적으로 거대한 성장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적으로는 과잉 투자와 공급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초기 버블 양상도 보인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번 논란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AI가 미래 산업의 핵심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지만, 시장이 ‘폭발적 성장’만 바라본 채 반도체 산업이 반복해온 냉혹한 사이클 위험을 잊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금의 AI 슈퍼호황이 진짜 산업 혁명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기술 버블의 정점이 될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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