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삶 속에서 다시 펼쳐본 현대사의 격랑
이창재, '한국·한국인·한국사회 뉴스로 읽다 1, 2'
ABC뉴스=강현 기자 / 산업화와 민주화, 외환위기와 한류 확산에 이르기까지 지난 60년은 한국 사회가 가장 극적으로 변모한 시간이었다. 한 세대의 경험 속에서 이 거대한 변화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최근 출간한 책 한 권에 담겼다. 언론인 이창재의 역저 '한국·한국인·한국사회 뉴스로 읽다 1, 2' 는 거대한 역사 서술 대신 개인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재구성하며, 뉴스 기록을 토대로 사회 변화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1966년부터 2025년까지의 주요 뉴스 약 1200건을 분석해 시대의 흐름을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뉴스가 보여주는 사회적 분위기와 구조적 변화를 따라가며 한국 사회의 궤적을 설명한다. 독자는 이를 통해 역사 교과서의 연표가 아닌 실제 사람들이 체감한 시대의 상황과 분위기를 읽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특히 몰입도를 높인다. 산업화의 성취와 민주화의 격동, 그리고 경제 성장의 그늘까지 한 개인의 삶과 맞물려 서술되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이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체험의 기록처럼 다가온다. 한국 사회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책은 한국 사회의 발전을 단순한 성장 서사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경제 성장의 성과와 함께 양극화의 심화, 개인주의 확산 같은 이면도 함께 조명한다. 유교적 가치관과 높은 교육열, 민주화 과정에서 형성된 시민 의식 등 한국 사회를 구성해 온 핵심 요소들이 다층적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독자는 한국 사회를 하나의 단선적 발전 모델이 아니라 다양한 긴장과 모순이 공존하는 구조로 바라보게 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의 변화에 대한 분석이 눈에 띈다. 국가적 트라우마로 남은 경제 위기는 한국 사회의 경쟁 구조와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이후 디지털 강국으로의 도약과 세계적 문화 영향력의 확대가 이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청년 실업과 저출산·고령화, 사회적 저신뢰와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했다. 책은 ‘88만원 세대’로 상징되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통해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각자도생’의 구조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사회의 질’ 연구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물질적 성장과 경쟁 중심의 시스템이 한국 사회에 어떤 명암을 남겼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며, 외형적 성공 뒤에 가려진 삶의 질 문제를 되묻게 한다.
후반부에서 다루는 한류의 성장 과정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저자는 한류를 단순한 문화 유행이 아니라 한글이라는 문화적 기반, 민주화 이후 분출된 창의성, 그리고 치열한 경쟁 시스템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로 해석한다. K-팝과 K-드라마를 넘어 K-푸드와 K-방산까지 확장된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분석하며, 한국 사회가 지닌 잠재력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난 60년의 뉴스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집단적 기억이라는 점이다. 과거의 사건을 복기하는 일은 어제를 회상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오늘의 문제를 이해하고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방대한 정보량 때문에 책의 밀도도 그만큼 높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독자에 따라서는 관심 있는 시기부터 나누어 읽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렇게 접근할 때 이 책은 단순한 지식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기능한다.
기자 특유의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 그리고 뉴스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이 어우러진 이 책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개인의 삶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에게 의미 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이창재 저자는 고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한국일보를 시작으로 SBS 사회·경제부 기자, 차장, 특임부장 등을 거쳐 SBS 디지털 뉴스랩 대표를 지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과 디지털 뉴스를 연구했다. 『힘 있는 뉴스리포트』, 『더 좋은 사회 더 나은 미래』, 『평생 읽는 논어』, 『AI도 혹하는 뉴스』 등 1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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