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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99만원 맥북·3천만원대 테슬라…‘가성비’가 몰려온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의 주력 모델인 ‘갤럭시 북6’(프로·울트라), ‘엘지 그램’(2026년형, AI·프로 AI·프로 360 AI) 등은 고성능에 초점을 맞춘 중고가 노트북이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200만원을 훌쩍 웃돈다. 그나마...

99만원 맥북·3천만원대 테슬라…‘가성비’가 몰려온다

보급형 ‘메기효과’에 국내 시장 화들짝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1층 일렉트로마트에 소비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정말 이쁘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1층 일렉트로마트 내 애플 매장. 20대 남녀들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아닌 노트북 전시대 앞에 모여있었다. 애플이 이달 출시한 첫 보급형 노트북인 ‘맥북 네오’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새 학기 쏟아지는 노트북 신제품 중 맥북 네오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 건 단연 ‘가격’ 때문이다. 다른 제조사들이 메모리 가격 급등 등으로 출시가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지만, 애플은 수백만원대인 기존 주력 모델(맥북 에어·프로) 대비 훨씬 저렴한 ‘99만원’(256GB 기준)으로 판매가를 책정했다. 대학 신입생과 재학생, 교직원 등은 교육 할인을 받아 이보다 저렴한 85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매대에 전시된 제원표에도 ‘99만원’이라는 숫자가 굵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간 중국산 제품들이 강조해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13인치 모델을 실제로 만져보니 다소 무게감은 느껴졌으나, 알루미늄 케이스 등 전반적인 만듦새는 기존 고가형 모델 못지 않았다. 매장 직원은 “99만원 모델은 현재 전량 품절된 상태”라며 “예약이나 대기도 불가능하며, 재고가 추가로 입고돼야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1층 일렉트로마트 내 애플 매장에 ‘맥북 네오’가 전시돼 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가성비 제품을 국내에 속속 선보이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꾸라지 수족관에 메기를 풀어 경쟁을 촉진하듯,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들이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모습이다.

네오가 기존 맥북 대비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제품 사양을 전략적으로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노트북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은 애플이 자체 설계한 고사양 ‘엠(M)시리즈’ 대신, 이전 세대 스마트폰(아이폰16 프로)에 탑재했던 ‘에이18 프로’(A18 Pro)를 장착했다. 메모리(RAM) 역시 8GB 수준이다. 웹 서핑과 문서 작성 등 일상 업무와 가벼운 영상 편집, 교육용 등으로 쓰기 무난한 성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중저가 노트북 시장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사용기에서 “맥북 네오는 인기 모델인 맥북 에어의 절반 가격임에도 애플 특유의 장인 정신과 성능, 신뢰성을 유지한 제품”이라며 “고가 제품 구매를 주저했던 새로운 사용자층에게 맥 운영체제(OS)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소비자들을 애플 생태계에 묶어두려는 이른바 ‘가두리(록인)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중국·대만 기업 등을 제외하면 국내 주요 제조사들은 현재 마땅한 대항마가 없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의 주력 모델인 ‘갤럭시 북6’(프로·울트라), ‘엘지 그램’(2026년형, AI·프로 AI·프로 360 AI) 등은 고성능에 초점을 맞춘 중고가 노트북이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200만원을 훌쩍 웃돈다. 그나마 엘지전자가 가성비 모델로 내놓은 ‘그램북’ 정도가 100만원 내외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다.

노트북 업계 관계자는 “노트북은 스마트폰과 달리 판매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아, 저가 모델을 대량 판매해 수익을 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며 “메모리 값 급등 여파로 신제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상황이라, 중저가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주로 이전 세대 재고 물량을 소진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귀띔했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 역시 가성비 모델을 내놓고 있다. 지난 18일 수도권 도심에서 시승한 테슬라 ‘모델3 스탠다드’(RWD)는 판매가를 4199만원으로 책정하며, 보조금 적용 시 ‘3천만원대 테슬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차량이다.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전자 제어식이 아닌 일반형 쇼크 업소버(완충기)와 직물 시트를 적용하는 한편 스피커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했다. 애플 ‘맥북 네오’와 비슷하게, 일부 사양을 조정하는 대신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전략이다. 실제 주행해 보니 무난한 승차감과 깔끔한 마감, 탄탄한 기본기 등 보급형 전기차로 타기에 손색이 없었다.

‘3천만원대 테슬라’의 등장은 국내 시장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제조사들이 자사 전기차 가격을 일제히 인하한 데 이어,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이엑스(EX)30’ 가격을 이달부터 700만원가량 내렸다. ‘메기’의 등장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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