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보험 규제 완화를 통해 최대 98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풀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제5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자본규제 합리화를 통해 최대 98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공급 여력을 확보한다고 16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위기 대응과 경제 재도약을 동시에 겨냥한 마중물로 규정했다. 사실상 재정지출 확대 효과를 대체하는 '정책형 유동성 공급' 성격이 짙은 조치다.
핵심은 은행권이다. 자본규제 완화를 통해 최대 74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 여력이 새로 생긴다. 이는 현재 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기업대출로 전환할 경우 가능한 규모다.
당국은 명확한 방향도 제시했다. 담보·보증 중심 영업에서 탈피하고 부동산 대출 비중 축소를 주문했다. 대신 첨단·전략산업·수출기업 중심 자금 공급을 추진한다. 특히 운영리스크 산정 방식 개선과 외환포지션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은행 자본비율(CET1)이 상승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추가 대출 여력 확대로 직결된다.
보험업권도 역할이 커졌다. 위험계수 조정을 통해 최대 24조2000억원 규모 자금이 인프라·벤처·정책펀드 등으로 유입될 수 있게 됐다.
눈에 띄는 변화는 투자 대상 확대다. 신재생에너지·AI 인프라 등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보험 자금을 미래 산업으로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벤처투자 위험계수 완화, 정책펀드 특례 도입까지 더해지면서 보험 자금의 모험자본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권은 이미 중동 리스크 대응을 위해 약 13조원 이상의 지원을 집행했다. 고유가·고환율 충격이 기업과 민생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부는 중동발 리스크가 금융시장 위축으로, 다시 실물경제 둔화로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시장 안정을 확고히 유지하는 한편 금융권의 실물경제 유동성 공급 확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 조치는 일종의 '정책 추경조치'인 만큼 추가 자금공급 여력이 산업 현장 전반에 확산돼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의 마중물이 돼야 할 것"이라며 "금융권에서는 확보된 여력을 바탕으로 현장의 자금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고 민생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실물경제 유동성 공급 확대와 산업 구조 전환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자본규제 완화에 따른 금융사의 건전성 부담, 부실 리스크 전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리스크 완화와 자본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뤄진 만큼 단기 유동성 확대와 중장기 건전성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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