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이 무너뜨린 행정 신뢰
위장전입으로 소각장 건립 원점…병원 이사장 등 집유·벌금형
2026년 11월 04일(수) 20:25
광주지법 전경.
전남광주시(옛 광주시)가 추진해 온 3200억원대 최대 현안사업인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건립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린 ‘위장 전입’ 사건을 일으킨 광주시립제1요양병원 이사장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0단독 유형웅 부장판사는 4일 주민등록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광주시립제1요양병원 이사장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병원 이사, 직원 등 7명에게는 각각 벌금 100~5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지난 2024년 1~4월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도 전남광주시 광산구 삼거동 일대 병원 기숙사 등으로 주소지만 허위로 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자원회수시설 설치 시 인근 지역에 부여되는 경제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소각장 유치에 필수적인 주민 동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위장 전입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근무 시간에만 기숙사 등지에 머물렀고, 그 이후로는 대부분 종전 주민등록지 부근에 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경우 직원들에게 주민동의서를 제출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에게까지 무리하게 주민동의서를 받는 등 범행을 주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직원은 병원 업무와 무관하게 자원회수시설 설치에 따른 병원 피해 예방안, 소각장 설치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문건 등을 작성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공무 집행을 방해할 고의가 없었으며, 오히려 관할 행정청이 심사를 부실하게 해 위장전입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위계 행위가 원인이 돼 광주시에서 자원 회수 시설 후보지를 잘못 선정하기에 이르렀으며, 불필요한 사회적 용담과 법적 분성을 초래한 잘못이 크다”며 “다만 혐오 시설을 지역에 유치해 적어도 일정 부분 공익에 이바지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 등 임원진을 제외한 피고인들은 직장 내 상급자들의 권유 내지 지시에 따라 부득이하게 신고를 하고 주민동의서 제출에까지 이르렀다고 보인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업은 옛 광주시가 총사업비 3240억원을 들여 하루 650t을 처리할 수 있는 자원회수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2030년부터 ‘가연성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을 시행하는 데 맞춰 2029년까지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다. 공모의 응모 자격은 최소 필요 면적 3만 2000㎡ 부지를 기준으로 경계 300m 이내 거주 세대의 50% 이상 동의와 토지 소유자 60% 이상의 매각 동의를 얻어야 했다.
삼거동 후보지는 인근 88세대 중 48세대가 찬성 서명을 해 54%의 동의율로 간신히 기준을 넘겼으나, 위장전입 세대가 드러나면서 실제 적법한 동의율은 47%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옛 광주시는 삼거동은 후보지 자격을 박탈했다.
/유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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