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60분간 CPR’에도 아이 사망…경찰 출동에 의료진 “최선 다했는데 범죄자 취급”

지난달 30일 경찰이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해 의료계에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이 센터장을 통해 공개됐다.

AI로 생성한 병원 응급실. [관련 기사와 무관]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지난달 30일 경찰이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해 의료계에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이 센터장을 통해 공개됐다.

이지숙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은 15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소아응급의학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전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압수수색 당일 응급실에는 생후 약 6개월 된 영아가 한 시간 이상 경련을 지속해 진료를 받고 있었다. 전문의가 여러 약제를 사용했지만 경련이 바로 멈추지 않아 추가 처치와 상담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환아가 간신히 안정된 뒤 경찰이 응급센터에 들어와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의 컴퓨터를 차례로 확인했다. 간호파트장도 별도 공간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자료 요청 등에 대응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간호 업무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소아응급의학회가 15일 국회소통관에서 응급실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의협 제공]

경찰의 현장 진입으로 진료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압수수색 당일만이 아니었다. 이 센터장은 지난 7월 환아가 사망했을 때도 경찰이 응급센터에 들어와 수사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의료진은 약 60분간 심폐소생술(CPR)을 했지만 환아는 끝내 숨졌다. 보호자는 곧바로 의료진을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형사 2명이 응급실로 들어왔다. 이어 과학수사대 소속 경찰관 3명도 카메라를 들고 추가로 진입했다.

이 센터장은 당시 의료진이 환아 처치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였고, 진료를 기다리는 다른 환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경찰과 면담해야 했고, 처치가 끝나지 않은 공간까지 촬영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환아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에도 현장에 있던 간호사와 의사가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 센터장은 수사에 협조할 의사가 있지만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절차와 기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 과정에서 의료진의 진료가 중단돼 다른 응급환자까지 영향을 받는 일이 없도록 경찰이 별도의 수사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센터장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멸감이나 압박감을 느끼면서 진료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진료권을 보장하고 환자의 생명·안전권을 유지하면서 소아응급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경찰은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수사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생후 6개월 영아가 지난 7월 15일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에서 청색증으로 치료받던 중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망 후 약 두 달 만에 이뤄진 압수수색으로, 의료계와 경찰은 수사의 정당성을 놓고 공방을 벌여왔다.

논란이 일자 경찰은 “압수수색 당시 센터 내 진료실 3곳 중 환자가 없던 2곳을 먼저 확인했으며, 나머지 1곳은 환자가 처치를 받고 있어 수 시간 동안 대기했다”고 밝혔다. 또 “오후 3시 30분께 처치가 끝났다는 통보를 받고 해당 진료실에 들어가 2분간 사진 촬영만 한 뒤 나왔다”며 무리한 수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