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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월 과학의날, KAIST 로봇 및 AI·우주기술 '성과'

21일 과학의날을 맞아 카이스트(KAIST)가 연이어 혁신적인 성과를 선보이고 있다. 이 모든 성과의 뿌리는 92년 전 일제강점기 발명학회가 민족 역량 강화를 위해 시작한 ‘과학데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4월 과학의날, KAIST 로봇 및 AI·우주기술 '성과'

드림워크++로 훈련된 보행 제어기. 이하 사진=KAIST

[주간한국 김택수 기자] "사람처럼 보고 판단해 걷는 사족보행 로봇, 100% 무인으로 작동하는 스마트공장 플랫폼, 화성 환경에서 생명체를 탐지하는 학부생 제작 로버, 로봇이 운용하는 우주정거장 구축 계획까지"

21일 과학의날을 맞아 카이스트(KAIST)가 연이어 혁신적인 성과를 선보이고 있다.  이 모든 성과의 뿌리는 92년 전 일제강점기 발명학회가 민족 역량 강화를 위해 시작한 ‘과학데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몽의 깃발에서 혁신의 기치로

과학의날의 시작은 1934년 4월 19일이다. 과학대중화운동단체 발명학회가 찰스 다윈 서거 50주년을 맞아 제1회 과학데이 행사를 연 것이 그 출발점이다. 과학 기술 지식 보급과 미신 타파, 문맹 퇴치를 통해 생활을 과학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38년까지 5차례 이어진 행사는 점차 규모를 키워 갔다. 김용관 등 과학기술자들을 중심으로 여운형·주요한 등 민족지도급 인사들이 대거 합류하며 범민족 운동으로 확산됐다. 암울한 일제 치하, 과학데이는 과학기술로 민족 역량을 키우겠다는 저항의 메시지였다.

이 정신은 해방 후에도 이어졌다. 1968년 과학기술처 발족 1주년을 기념해 과학의날이 제정됐고, 1973년 세계 기상의날(3월 23일)을 통합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과학기술 자립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1934년 그날과 다르지 않다. 그로부터 92년이 흐른 지금, 과학의날 정신은 KAIST의 혁신 현장에서 구체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시각 인지 로봇부터 무인공장까지…AI가 바꾸는 현장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명현 교수 연구팀은 창업 기업 유로보틱스와 함께 시각 정보 기반 사족보행 로봇 제어 기술 ‘드림워크++’를 최근 선보였다. 동물이 눈으로 지형을 살피며 발걸음을 조정하듯,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해 걷는 기능을 구현했다.

이전 버전인 ‘드림워크’는 시각 정보 없이도 강인한 이동이 가능한 블라인드 보행 기술이었다. 하지만 장애물에 다리가 직접 닿은 뒤에야 반응할 수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드림워크++는 자기수용 감각과 외수용 감각을 융합해 이를 극복했다. 장애물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보행 전략을 조정하는 인지 기반 보행을 실현한 것이다.

검증 결과, 50개 계단(수평 30.03m, 수직 7.38m) 코스를 35초 만에 주파했고, 훈련 때보다 3.5배 가파른 35도 경사면도 안정적으로 올랐다. 자세 조정을 통해 후방 다리 모터 토크를 기존 대비 1.5배 절감하는 효율성도 확보했다. 이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 로보틱스 저널 IEEE T-RO 지난 2월호에 실렸다.

로봇 기술은 공장 현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장영재 교수팀이 구축한 피지컬 인공지능(AI) 테스트베드 ‘카이로스’가 대표적이다. 이기종 로봇(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작된 로봇)과 센서, 설비, 디지털 트윈을 하나로 묶어 통합 제어하는 통합형 테스트베드다.

카이로스의 강점은 공장 내 모든 장비를 AI 에이전트 기반 단일 운영체계로 통합 제어한다는 데 있다. 물류로봇(AMR), 휴머노이드 로봇, 협동로봇, 자동화 설비를 하나의 지능형 플랫폼으로 엮어 공장 전체가 하나의 AI 시스템처럼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센서부터 제어, 데이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100% 국산 기술로 구현한 카이로스는 향후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수출을 겨냥한 국산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봇 기술이 지상에서 성과를 내는 동안, KAIST의 도전은 이미 우주로 뻗어 있다.

화성 탐사 로버부터 무인 우주정거장까지

KAIST 학부생들이 직접 제작한 탐사 로버로 세계 무대에 나선다. KAIST 학부 로봇 동아리 MR 소속 ‘MR2’ 팀이 세계 최대 대학생 화성 탐사 로버 경진대회 ‘URC 2026’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KAIST 팀으로는 처음이다.

전 세계 18개국 116개 대학이 경쟁한 예선에서 100점 만점에 95.38점을 받아 상위 38개 팀에 이름을 올렸다. MR2 팀이 독자 개발한 탐사 로버 ‘GAP-1000’은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모듈형 설계가 특징이다. 5㎏ 이상 물체를 정밀 제어하는 6자유도 로봇 팔을 장착했고, 위성 정밀 위치 측정 기술(RTK-GNSS)과 관성 센서, 바퀴 회전 거리 계산 기술을 결합해 복잡한 지형에서도 최적 경로를 찾아 움직인다.

이러한 훈풍 속에 핵심인 우주 분야 연구 기반도 확충됐다. KAIST 우주연구원은 지난해 10월 24일 ‘우주 서비스 및 제조 연구센터(ISMRC)’를 열었다. 과기정통부가 앞으로 10년간 국비 500억원을 포함해 총 712억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무인 우주정거장 구축, 로보틱스 기반 우주 제조, 물자 회수 기술 등 차세대 우주 개척 핵심 기술 확보가 목표다.

연구 성과는 실험실 밖 시민과도 공유된다. KAIST는 과학의날을 맞아 ‘올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축제’에서 참여형 전시관 ‘KAIST Play World’를 운영하며 AI와 로봇 공학 성과를 선보인다. 대전 DCC(지난 17~19일)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우주 로버, AI반도체 등 미래 기술 체험 콘텐츠를 진행했고, 일산 킨텍스(오는 24~26일)에서는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 AI 생성 미래 자아 만남, 기후 데이터 기술 등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제강점기 민족 계몽의 깃발로 시작된 과학데이가 92년이 흐른 지금 KAIST의 첨단 기술 혁신과 과학 대중화로 되살아나고 있다. 사족보행 로봇이 계단을 오르고, 학부생이 만든 로버가 화성을 향하며, 무인 우주정거장 구축 계획이 현실의 예산과 연구진을 얻었다. 과학기술 자립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과학의날 정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택수 기자 kts@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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