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일본에서 상장기업의 회계부정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약해 부정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회계부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최고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광고회사 EM넷재팬에서는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A 씨가 회사 자금 약 4억 6000만 엔(약 42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A 씨는 외환(FX) 투자 실패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회사 자금을 유용했으며, 감사법인 출신 공인회계사라는 점을 이용해 장부와 잔액증명서를 조작하는 등 감사 절차를 교묘하게 회피했다.
인공지능(AI) 회의록 작성 서비스를 제공했던 오르츠에서는 경영진이 매출을 허위로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다.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지출한 자금을 다시 매출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부풀렸으며, 실제 매출의 80~90%가 허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회사는 상장폐지됐다.
육아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베이비캘린더에서도 전 CFO가 광고 수익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재무제표 수정과 회계 조사로 결산 공시가 크게 지연됐다.
일본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표된 회계부정 사건 184건 가운데 약 70%는 임원이나 관리직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회계부정이 반복되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일본의 낮은 처벌 수준을 꼽는다”며 “일본 금융상품거래법은 허위 공시에 대해 최대 징역 10년과 벌금 1000만 엔(약 9100만 원)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최고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2015년 발생한 도시바 회계부정 사건에서도 경영진의 관여는 인정됐지만 개인의 형사책임은 묻지 않았다. 오르츠 사건에서도 전 임원에게 선고된 형량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처벌 수준으로는 경영진에 대한 충분한 경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반면 미국은 회계부정을 투자자에 대한 사기로 규정하고 경영진의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다. 2002년 제정된 사베인스-옥슬리법(SOX)은 최고경영자(CEO)와 CFO가 재무제표와 내부통제의 적정성을 직접 확인하고 서명하도록 의무화했다. 고의로 허위 내용을 인증할 경우 최대 징역 20년 또는 500만 달러(약 74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는 일본의 벌금 상한액보다 약 80배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회계부정으로 주가가 급락할 경우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일반적이며, 광범위한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를 통해 기업 경영진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연구 결과도 이러한 제도의 효과를 뒷받침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회계부정 사례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SOX법 시행 이후 분식회계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부정에 가담한 인원도 평균 5명에서 3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도 제도 개선 논의가 시작됐다. 자민당은 “미국 SOX 제도를 참고해 금융조사회는 경영진 확인서의 책임을 강화하고 허위 공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내부통제 강화만으로는 회계부정을 근절하기 어렵고, 경영진에게 보다 강한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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