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의 웹툰·웹소설 플랫폼 두 곳이 차례로 간판을 내리고 있다. kt 밀리의서재가 지난해 38억원을 들여 인수한 웹툰 플랫폼 '케이툰'은 양수 완료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31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도 오는 6월 30일 서비스를 마친다. 블라이스는 공지를 통해 "부득이한 사업 환경의 변화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플랫폼은 사라지지만 밀리의서재는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KT그룹 내 웹툰·웹소설 콘텐츠 IP를 자사 구독 서비스 '밀리스토리'로 흡수하는 동시에 구독제 회원 확대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시각도 있다.
38억원의 실체는 '콘텐츠 패키지 구매'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6월, KT 계열 콘텐츠 자회사 스토리위즈로부터 케이툰과 블라이스의 사업권 일체를 38억원에 영업양수하기로 결정했다.
스토리위즈는 웹툰 플랫폼 케이툰과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를 함께 운영하던 KT의 웹툰·웹소설 전문 계열사로,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양수 완료는 같은 해 9월 1일이었고, 밀리의서재는 이를 기반으로 전자책·웹소설·웹툰을 아우르는 통합 구독 서비스 '밀리스토리'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케이툰은 양수 완료 두 달여 만에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고 12월 31일 문을 닫았다. 블라이스도 4월 1일부터 결제와 작품 등록을 중단하고 6월 말 서비스를 종료한다. 결과적으로 두 플랫폼의 수명은 각각 4개월, 10개월에 불과하다.
사진=블라이스 종료 안내문
"종료 전제 아니었다"는 설명, 결과는 달랐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인수 당시 플랫폼 종료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밀리의서재의 웹소설·웹툰 콘텐츠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인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수 이후 운영 관점에서 플랫폼이 많을 경우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려 효율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이관 범위에 대해서는 "출판사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이관했으며, 이관 비율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플랫폼 모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플랫폼을 인수하고도 운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사전 분석의 한계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콘텐츠 확보와 구독 회원 유입이 주목적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관된 콘텐츠 비율이 공개되지 않아 38억원의 실질적 가치를 검증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
냉소적인 이용자들...창작자는 수입원 감소 우려
이번 밀리의서재의 플랫폼 종료와 관련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한 결과, 케이툰 종료를 대하는 이용자 반응은 분노보다 냉소가 지배적이었다. "망할 줄 알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고, 게시글은 조회수 대비 댓글이 거의 달리지 않는 등 극도로 낮은 관심을 보였다.
반면 창작자 쪽은 수입원 축소의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블라이스에서 작품을 연재하던 한 작가는 "소소하게 수익이 나고 있었는데 또 하나의 웹소설 플랫폼이 문을 닫게 됐다"라고 밝혔다.
"플랫폼은 줄고, 큰 곳만 남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종료를 개별 플랫폼 문제가 아닌 웹소설 시장 재편 흐름의 연장선으로 본다. 네이버·카카오 중심의 양강 구조가 고착된 상황에서 후발 플랫폼은 트래픽 확보에 실패하고, 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정리를 선택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독제 모델과 기존 건별 결제 구조 간 충돌도 한계로 지목된다. 웹툰·웹소설은 인기작 쏠림이 강한 건별 결제 중심 시장인데, 구독제는 조회 수가 분산될수록 작가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여서 양립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소 플랫폼이 사라질수록 신인 작가의 등용문이 줄고 상위 플랫폼 의존이 심화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라이스처럼 소규모 플랫폼은 신인 작가가 독자층을 쌓는 중간 단계 역할을 해왔는데, 이런 공간이 줄어들면 시장 다양성도 함께 축소된다는 지적이다.
밀리의서재는 38억원에 웹툰·웹소설 콘텐츠를 자사 구독 생태계로 편입하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12년과 8년의 역사를 가진 플랫폼 두 곳이 조용히 사라지는 동안 시장의 반응도, 이용자의 반발도 크지 않았다. 중소 플랫폼의 퇴장이 이미 낯선 일이 아닌 시대가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남은 과제는 밀리의서재가 내세우는 구독 모델이 건별 결제에 익숙한 웹툰·웹소설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느냐다.
kt 밀리의서재 CI (사진=kt 밀리의서재)
정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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