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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9일 만 ‘뚝딱’ 2조 날린 레버리지…왜 책임지는 자는 없나 [박진우의 개미수다]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는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본다.

29일 만 ‘뚝딱’ 2조 날린 레버리지…왜 책임지는 자는 없나 [박진우의 개미수다]

미리캔버스가 그린 일러스트.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는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본다.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빚어진 파장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금융당국 수장의 이례적인 사과였지만, 그 광경을 지켜보는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은 서늘하기만 했다. 당국자의 고개 숙인 사과 한마디로 털어내기엔 개미들이 치른 대가가 너무도 참혹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상품 상장 이후 불과 석 달도 안 된 8월 14일까지 10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를 매매한 개인 투자자의 확정 손실액은 2조3242억원에 달했다.

더 무서운 것은 이 2조3000억원이 끝이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손절하지 못해 계좌에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평가손실’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중소형 증권사 계좌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더 불어난다.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들이 “확정 손실만 2조3000억원이고 간접 손실까지 따지면 국민 자산 수십조 원이 약탈당했다”, “주식을 도박판으로 만든 바다이야기 시즌2”라며 거친 질타를 쏟아낸 배경이다.

어쩌다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까. 답은 ‘속도전’과 ‘졸속’에 있다. 당초 1월 금융위 계획에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상품이 3월 들어 돌연 2분기인 5월 출시로 당겨졌다. 다른 ETF는 상장 심사에 평균 62일이 걸리는데, 변동성이 극대화된 초고위험 상품인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단 29일 만에 심사를 마쳤다. 절반도 안 되는 시간에 일사천리로 판을 깔아준 셈이다.

명분은 그럴싸했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시장으로 건너가 테슬라나 엔비디아 레버리지를 사들이니, 해외 자금 유출을 막고 국내 투자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기초체력과 세밀한 하방 안전판 없이 빗장부터 푼 결과는 참담했다. 개미들은 하루아침에 롤러코스터 장세에 내몰렸고, 국장은 거대한 투기판으로 전락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출시 불과 두 달 만인 7월에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본 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올렸다.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그럼에도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당국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우리는 시행령 근거만 마련했고 상장 심사는 한국거래소가 했다”는 식의 책임 떠넘기기와 “사전교육과 기본예탁금 등 나름의 투자자 보호장치를 가미해 도입했다”는 원론적인 해명만 되풀이됐다.

심지어 상품 도입을 밀어붙였다는 의혹을 받는 핵심 관계자들은 국감 증인석에 단 한 명도 서지 않았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 현장에서 주범을 밝혀낼 수 있는 증인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했고, 같은 당 김재섭 의원은 “관련자가 하나도 없어 허공에 대고 질문하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여야가 ‘게이트’니 ‘음모론’이니 정쟁을 벌이는 사이, 허공에 뜬 책임 공방만 남았다.

투자 시장에서 ‘자기책임의 원칙’은 절대적이다. 레버리지 버튼을 누른 손가락의 주인은 결국 투자자 자신이다.

그러나 정부가 “해외 유출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29일 만에 판을 깔아주고, 부작용이 터지자 뒤늦게 규제를 강화한 뒤 당국자의 짤막한 사과 한마디로 매듭짓기엔 그 책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2조3000억원의 피눈물 앞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은 개미들에게 국장은 아직도 ‘믿고 투자하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라는 씁쓸한 교훈만 남기고 있다.

박진우 기자(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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