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 카피’ 소송 최종 승소한 민희진…법원이 판단하지 않은 결정적 쟁점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민희진이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법원이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인정한 건 아니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이 판단한 핵심은 ‘카피가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었기 때문.
서울서부지법 민사22단독 박근규 판사는 지난달 21일 빌리프랩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허모 씨가 민희진 오케이레코즈 대표와 신모 전 어도어 부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허씨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민 대표 측 승소가 최종 확정됐다. 소송비용도 허씨가 부담한다. 허씨가 청구한 금액은 1억원과 지연손해금이었다.
발단은 2024년 4월이다. 민 대표는 당시 ‘빌리프랩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등의 내용이 담긴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 대표 측은 아일릿이 헤어·메이크업·의상·안무·사진·영상·행사 출연 등 여러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일릿의 비주얼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했던 허씨는 민 대표가 허위 주장을 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신 전 부대표 역시 관련 행위에 가담했다며 공동 책임을 물었다.
법원은 허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유는 ‘표절 여부’보다 앞 단계에 있었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해당 발언의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돼야 한다. 그런데 재판부는 민 대표의 입장문과 기자회견에 허씨의 이름이나 직책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민 대표가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 빌리프랩 등을 거론하기는 했지만 허씨 개인을 ‘카피의 주체’로 특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민 대표가 문제 삼은 범위도 넓었다. 재판부는 아일릿이 헤어·메이크업·의상·안무·사진·영상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주장은 일반적인 내용으로 봤다. 허씨가 담당한 ‘비주얼 영역’을 콕 집어 “허씨가 뉴진스를 따라 했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허씨가 민 대표 기자회견 뒤 온라인 공격을 받은 부분도 살펴봤다. 재판부는 허씨가 당시 자신의 SNS에 손가락 욕설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가 삭제하고, 뉴진스의 ‘버블 검’ 뮤직비디오 공개 후 영화 포스터를 올렸다가 삭제한 사실 등이 팬덤에 알려지면서 댓글과 영상 공격이 집중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허씨가 민 대표 발언의 명예훼손 피해자로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다만 법원은 이 단계에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민 대표 발언이 사실인지, 허위인지까지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실 적시 여부와 해당 사실의 허위성, 위법성 조각 여부 등 나머지 쟁점은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곧바로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법원이 인정했다’는 의미로 확대하면 안 된다.
민 대표가 최종 승소한 것은 맞다. 그러나 승소 이유는 ‘카피 주장이 진실이어서’가 아니라 허씨 개인이 명예훼손 피해자로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오히려 ‘카피’ 주장 자체의 성격과 진위는 별도로 진행 중인 소송에서 더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빌리프랩은 민 대표를 상대로 2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빌리프랩은 민 대표가 아일릿을 직접 거론하며 근거 없는 카피 주장을 해 회사와 소속 아티스트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는 입장이다.
민 대표는 앞서 하이브와의 255억원 규모 풋옵션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하이브가 민 대표에게 약 25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하이브가 항소해 현재 2심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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