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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오일쇼크로 바라본 이란의 회색지대 전술 [남성욱의 동북아 포커스...

원유에 의존하는 석유화학은 물론 차량, 전력, 반도체, 의료 및 방산까지 파급 분야는 무제한이다. 솔로몬의 언급대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This too shall pass)’. 다만 상당한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1차 오일쇼크로 바라본 이란의 회색지대 전술 [남성욱의 동북아 포커스...

이스라엘 대사관 철수 초래한 '1차 쇼크'

호르무즈 통행료 등 유가 충격 이어질 듯

인내와 지혜로 산업전반 피해 대비해야

11일 호르무즈해협 근처인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하이마에서 쵤영된 화물선들. 라스알하이마=로이터 연합뉴스

필자가 중학교 2학년이던 1973년, 겨울 방학이 당겨졌다. 에너지 절약으로 교실 난방을 중단해서 수업을 조기 마감했다. '아라비안나이트' 무대인 중동 사태가 학교에 악영향을 미쳤고 이후에도 중동 전쟁 뉴스는 에너지 공급 위기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예나 지금이나 산유국이 한없이 부러운 이유다.

제4차 중동전쟁은 1973년 10월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기습 침공하며 발생했다. '10월 전쟁'이라고도 하고, 전쟁 발발 시점이 라마단 도중이라 '라마단 전쟁'이라고도 했다.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경제적으로는 패배했다. 아랍 국가들이 단결하여 유가를 올리자 미국이 이스라엘을 압박해 점령지에서 철수하게 만들었다. 각국은 석유가 전차 못지않은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겨우(?) 3주일 진행된 제4차 중동전쟁은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전쟁 개시와 함께 중동 산유국들이 이스라엘과 협력적인 국가에 석유 수출을 금지했다. 오일 쇼크는 단순히 경제를 뒤흔든 수준이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자본주의의 황금기'가 무너졌다. 복지국가 정책이 쇠락하고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은 친이스라엘에서 친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스라엘은 1978년 서울 대사관을 철수하는 등 한국과 외교 갈등이 지속됐다. 14년 후에나 이스라엘 대사관의 문이 다시 열렸다.

중동지역 무력 충돌이 우크라이나, 베트남, 한국전쟁 등 여타 전쟁과 다른 점은 원유 공급 차질이다. 10월 전쟁으로 유가는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폭등했다. 7주 이상 지속된 2026년 이란전쟁의 후유증은 1973년 못지않을 것이다. 세계 경제의 의존도가 높아졌고 원유 사용이 확대되었다. 미국이 이란 석유 수출 터미널인 하르그섬을 타격하지 못하는 이유다.

중동 해협에 억류된 유조선은 역설적으로 핵무기보다 무서운 무기로 입증됐다. 미국·이란 전쟁의 경제적 파장은 호르무즈해협의 톨게이트 비용 부담으로 장기화될 수 있다. 이란과 미국 간 휴전의 접점이 여의치 않지만 이달 하순을 고비로 그럭저럭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이다. 테헤란과 워싱턴의 전쟁 피로감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2,000여 척이 고립된 호르무즈해협의 자유 통항이다. 이란은 하루 10척만을 통항시키며 해협을 장악했다. 총소리가 멈춘다고 경제 위기가 바로 종료되지 않는다. 1973년처럼 전쟁이 끝난 뒤 '진짜' 유가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 향후 이란의 '회색 지대(gray)' 전술로 호르무즈해협 위기라는 여진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뢰 위험 제거, 환경오염이나 밀수 조사를 명분으로 합법적 검문을 강화해 통행료를 징수하는 회색지대 전술은 현실화될 수 있다. 1배럴당 1달러는 아니더라도 통행료 문제는 휴전의 최종 난제가 될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의 불안과 불확실성은 선박 보험료를 폭등시켜 세계 물동량 차질로 이어진다. 한국, 일본 등은 에너지 위기에 허덕이는 반면, 중국은 이란의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실리를 챙겼다. 한편 러시아는 원유 수출 규제가 풀렸다. 전쟁 중에도 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떼돈을 버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미국·이란 전쟁의 나비효과는 국제정치는 물론 물류와 에너지 위기를 통해 한국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미국 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이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보고서를 냈다. 1차적으로 금년 말까지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은 기본이다. 산업 전반에 걸친 충격으로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한다. 1973년보다 한국 경제 규모가 커졌고 에너지 사용량도 엄청 늘었다. 원유에 의존하는 석유화학은 물론 차량, 전력, 반도체, 의료 및 방산까지 파급 분야는 무제한이다.

솔로몬의 언급대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This too shall pass)’. 다만 상당한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나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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