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1700명 마을에 클래식 손님 1만명…“자유로운 축제 선보이겠다”
중앙일보
6일 저녁 강원도 평창군 계촌리의 야외무대인 ‘계촌 로망스 파크’. 첼리스트 한재민,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연을 마쳤다.
보통의 음악회와 달리 한재민은 공연 후반부에도 다시 참여했다. 오케스트라의 첼로 맨 뒷줄에 앉아 마치 단원처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을 연주한 것. 한재민은 “가장 좋아하는 교향곡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함께 연주하고 싶었다”고 ‘백의종군’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재민이 앙코르곡인 ‘빌헬름 텔’ 서곡 연주까지 참여하고, 페뤼숑이 그를 무대 앞으로 불러내자 청중 6000여 명이 웃음을 터트렸다.
계촌 클래식 축제의 예술 감독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왼쪽)가 피아니스트 김송현과 함께 5일 개막 공연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정몽구재단
이 무대는 ‘계촌 클래식 축제’의 둘째 날 공연. 축제의 음악 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런 게 바로 야외 공연만의 묘미”라고 했다. 이 감독은 올해로 12회째인 계촌 클래식 축제에서 올해부터 예술 감독을 맡게 됐다.
“여기에는 공연장의 경계가 없다. 작은 마을 중간에 자리 잡은 야외무대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는 뜻이고, 클래식 음악의 엄숙함 없이 즐길 수 있다.” 이 감독은 인구 1700명의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에 대해 “자유롭고 다채로운 가능성을 본다”고 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축제가 시작된 건 초등학교가 폐교 위기를 겪으면서였다. 2009년 계촌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 문을 닫게 됐지만, 당시 교장이 전교생 오케스트라를 만들며 학교를 살렸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가 2015년 학생 오케스트라를 지원하고 문화 사업을 운영하면서 축제를 시작했다.
6일 계촌 클래식 축제에서 열린 부천필하모닉,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 첼리스트 한재민의 무대. 사진 현대정몽구재단
2022년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축제에 출연했고, 2024년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휘자 김선욱과 협연했다. 특히 조성진과 김선욱은 한 피아노를 같이 연주하는 깜짝 앙코르 무대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지혜 감독은 “여기에서는 기존의 공연장에서 볼 수 없었던 클래식의 면모를 보여드리려 한다”고 했다. 음악을 즐기는 연주자들의 특별한 모습은 물론 새로운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많은 청중이 좋아하는 좀 더 대중적인 클래식과 오페라, 금관 악기 연주처럼 야외에 어울리는 장르를 발굴해 소개하려고 한다.”
이 감독은 독주부터 합주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진 연주자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실력파로, 2015년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에서 동양인 최초로 제2 바이올린 악장에 임명됐다. 피아노 트리오 ‘가온’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로 2023년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뮌헨의 광장인 오데온스플라츠에서도 매년 야외 콘서트가 열리는데,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가장 고대하는 시간이다. 음악가와 청중이 자유롭게 만나는 순간을 계촌에서도 만들어내고 싶다.” 이 감독은 내년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며 “성악가 등 다양한 음악가를 많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귀띔했다.
이번 계촌 클래식 축제는 5~7일 관객 1만 4000여명이 찾으며 막을 내렸다. 올해 이지혜 감독뿐 아니라 이용민 총감독이 새로 합류해 투톱 체제를 갖췄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의 대표를 지내며 통영국제음악제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번 축제에는 계촌 초등학교 학생들의 ‘계촌 별빛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첼리스트 한재민과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 기타리스트 박규희,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서와 대니 구,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했다.
계촌=김호정 음악에디터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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