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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 숨진 기숙사 화재…불지른 케냐 여학생들 “시험 앞당겨 불만”
중앙일보
2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바샤 법원에 우투미시 여학교 기숙사 방화 혐의로 체포된 학생들이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케냐에서 여학생 16명이 사망한 기숙사 화재 참사가 학교 운영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의 방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현지시간) 케냐타임스와 펄스케냐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케냐 나이바샤 법원은 우투미시 여학교 기숙사 화재 사건과 관련해 방화를 계획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 여학생 9명에 대해 전날 구속을 결정했다.
법원은 이들 학생의 혐의가 무겁고, 석방할 경우 이른바 ‘말맞추기’ 등 수사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모두 18세 미만으로 소년범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앞으로 3주간 청소년 구금시설에 수감된 상태에서 조사받는다.
앞서 지난달 28일 새벽 케냐 중부 나쿠루주 길길의 우투미시 여학교 기숙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안에 있던 학생 16명이 숨지고 79명이 다쳤다. 일부 희생자 시신은 알아보기가 어려워 당국이 DNA 검사를 통해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CCTV 분석과 학생 진술 등을 토대로 구속된 학생들이 새벽에 기숙사 출입구 인근 매트리스에 석유를 뿌리고 성냥으로 불을 붙인 것으로 판단했다.
기숙사에는 202명이 생활하고 있었는데, 당시 비상문 하나가 잠겨 있었고 불길을 피하려던 학생들이 한 출입구로 몰리면서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구속된 학생들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 수사관들에게 학교 운영에 대한 불만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학교 측이 시험 일정을 일방적으로 2주 앞당겼고, 지난해까지 학교 측 부담으로 참여하던 문화행사에 참가비를 내도록 한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르기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케냐에서 학교 행정에 반발하는 학생 시위가 벌어진 데 영향을 받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학생들은 학교에 자신들의 불만을 나타내고 싶었을 뿐 누구를 해치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수사당국은 이들에 대해 살인 등 혐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추가 공범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전날 오후 9시쯤 방화 계획을 논의한 뒤 3시간여 만에 실행에 옮긴 점에 주목해 이들이 단시간에 방화 도구를 확보한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최근 케냐 학교에서 잇따르는 학생 소요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냐에서는 최근 학생들의 집단 반발과 기물 파손, 방화 사건 등이 다수 벌어지면서 여러 중·고등학교가 무기한 휴교에 들어간 바 있다. 학생들은 급식 품질 저하와 열악한 기숙사 환경, 교육 여건 악화 등에 대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날만 해도 나이로비에 있는 얼라이언스 고교와 링가타 고교에서 불이나 휴교했으며, 나쿠루 지역에 있는 나쿠루 여고와 키암부에 있는 로레토 여고 등은 학생 소요 사태로 휴교를 결정했다.
케냐에서는 과거에도 학생들이 학교 규율이나 생활환경에 불만을 품고 방화를 저지르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2017년 9월에는 나이로비의 한 여고에서 14살 소녀의 방화로 불이 나 10명이 사망했고, 2024년에는 중부 니에리의 남학교 기숙사에서 화재로 9∼13세 학생 21명이 숨졌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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