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12억 초과 주택도 주택연금…‘집의 현금화’ 시장 넓어진다
중앙일보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수원시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양천구에 사는 70세 김모씨는 은퇴 후에도 주 3~4일 공공시설 관리일을 하며 월 100만원 남짓을 번다. 30년 전 마련한 아파트가 있지만, 국민연금과 월급을 보태도 관리비와 병원비 등을 내고 나면 생활은 빠듯하다. 김씨는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당장 쓸 돈은 늘 부족하다”며 “집을 팔면 평생 살아온 동네를 떠나야 해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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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있지만 현금이 부족한 ‘시니어 하우스푸어’의 대안으로 주택연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 공적 주택연금에 이어 12억원 초과 주택과 재건축 단지까지 아우르는 민간 주택연금도 등장하면서 고령층의 노후 소득 설계 선택지가 넓어졌다.
최근 김씨처럼 집은 있지만 생활비가 부족한 시니어 하우스푸어가 빠르게 늘고 있다. 5일 중앙일보가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자가 보유 가구 620만 가구 가운데 134만 가구(21.6%)가 시니어 하우스푸어로 나타났다. 전체 자산의 70% 이상이 주택에 묶여 있고 금융자산이 연 소득보다 적은 데다, 소득도 하위 50%(월 305만원 이하)에 속하는 가구다. 이들의 평균 총자산은 2억9000만원이었다. 이중 평균 주택 가격이 2억8000만원으로 자산의 90% 이상이 집에 묶여 있었다. 금융자산은 평균 859만원으로 같은 연령대 일반 자가 가구(1억4431만원)의 17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노후 생활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222만원이지만 생활여력(소득에서 세금·보험료·소비지출을 뺀 금액)은 65만원에 그쳤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월 소득은 149만원에서 222만원으로 늘었지만 생활여력은 90만원에서 65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소득 빈곤율은 3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시니어 하우스푸어 생활여력 비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 중앙일보 분석]
집에 묶인 자산을 노후소득으로 바꾸는 주택연금의 역할이 커지는 배경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주택연금이 활성화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5~0.7% 증가하고 노인빈곤율은 3~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맡기고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정부는 올해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월 지급액을 올리고 초기 보증료를 낮췄다. 예컨대 평균 가입자(72세·주택가 4억원 기준)의 월 지급액은 127만원에서 133만8000원으로 늘었고, 초기 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5%에서 1%로 인하됐다. 실거주 의무도 완화해 질병 치료를 위한 장기 입원이나 요양시설 입소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담보 주택에 살지 않아도 가입을 유지할 수 있다. 부모 사망 뒤 자녀가 별도 목돈 마련 없이 계약을 이어받는 ‘세대이음 주택연금’도 새로 도입했다.
제도 개선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올해 1월 939명, 2월 780명이던 신규 가입자는 월 지급액 인상이 적용된 3월 1287명으로 늘었고, 4월에는 2322명으로 급증했다. 제도 도입 이후 월간 기준 가장 많은 가입자다.
한계도 있다. 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 공동주택 278만 가구 가운데 약 41만5000가구(14.9%)가 이에 해당한다. 시세로는 대체로 20억원 안팎 주택이다. 재건축ㆍ재개발 단지도 조합원 지위 문제로 가입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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