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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대 전문변호사회] 채권 추심 변호사의 새로운 길

우리는 최근 지식재산권, IT, 조세 분야와 교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설 중인 아카데미 역시 단순한 강의 수준을 넘어, 실제 사건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실무 경험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동시에...

[10대 전문변호사회] 채권 추심 변호사의 새로운 길

△ 최병석 변호사

과거 채권추심은 ‘눈에 보이는 자산’을 쫓는 일이었다.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고, 예금채권을 압류하고, 사업장 집기와 재고를 집행하는 장면이 전형적 풍경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추심 대상은 더이상 단순하지 않다. 이제 우리는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다루고 있다.

채권추심 변호사로서 실무를 진행하고, 채권추심변호사회 회장으로서 다양한 사건과 목소리를 접하다 보면 한 가지 변화가 체감된다. 자산의 중심이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기업 가치가 더이상 공장, 설비 등 현존하는 물건에 있지 않다. 특허권, 데이터, 콘텐츠, 자산유동화증권, 디지털 자산 형태로 자산이 변경되어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무에서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재산 조회를 진행해보면 부동산과 예금은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대신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특허권, 저작권, 가상자산, 유동화증권 등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이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치가 얼마인지, 회수 가능한지, 법적 리스크는 없는지를 동시에 따져야 한다. 특히 가상자산의 경우 추심의 난도는 극에 달한다. 대법원이 2018년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2018도3619)한 데 이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안착하며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었다. 하지만 판결문상의 권리가 실제 회수로 이어지는 민사집행의 과정은 여전히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얼마 전 마주한 에피소드가 이를 방증한다. 수억 원의 채무를 회피하던 채무자는 시중은행 잔고를 비웠지만, 추적 결과 해외 거래소와 개인 콜드월렛(Cold Wallet)에 상당액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과거라면 예금 압류 한 번으로 끝났을 일이, 이제는 거래소를 상대로 한 보전처분은 물론, 채무자의 전자지갑 주소를 특정하고 프라이빗 키(Private Key) 점유를 확보하며, 추적이 어려운 방식으로 보관 중일 경우 이를 실질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치열한 법리 구성과 전략적 싸움이 필요한 과정으로 변모했다. 여기에 고도화된 기술과 급변하는 속도라는 현실은 실제 가상자산의 존재를 확인하고 동결하기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하게 되었고, 2026년을 살아가는 추심 변호사의 일상이 되었다.

이 지점에서 추심 변호사의 역할은 달라진다. 더이상 ‘집행 절차를 잘 아는 사람’에 머물 수 없다. 지식재산과 블록체인 등 복잡한 금융 구조까지 이해하는 종합 분석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 추심 변호사는 단순한 ‘실행자’를 넘어, ‘자산 회수 전략’을 기획하는 ‘설계자’로 변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변호사회 차원의 대응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우리는 최근 지식재산권, IT, 조세 분야와 교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설 중인 아카데미 역시 단순한 강의 수준을 넘어, 실제 사건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실무 경험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동시에 제도 개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민사집행 체계는 여전히 20세기형 유형자산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가상자산 압류만 하더라도, 거래소에 대한 제3채무자 지위 부여나 코인 가격 변동성에 따른 환가 시점 등에서 혼선이 상당하다.

두 가지 방향의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 첫째, 가상자산 사업자(VASP)의 ‘재산목록 제출 및 조회 의무’를 일반 금융기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현재는 변호사가 일일이 사실조회를 신청하거나 거래소의 협조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둘째, ‘무형 및 디지털 자산 특별 집행 절차’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변동성이 극심한 가상자산을 압류했을 때 어느 시점 시세로 환가할지, 스테이킹으로 발생한 수익 등 과실 처리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법이 현실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간극을 줄이는 것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앞으로의 5년, 10년의 변화는 더 빠를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독자적으로 창출하는 부가가치와 국경을 넘나드는 탈중앙화 금융(DeFi) 자산 등 보다 복잡한 권리가 등장할 것이다. 그 시기의 채권추심은 회수를 넘어, 가치를 식별하고 구조화하며 실현하는 과정 전체를 설계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채권추심을 ‘미수금 정리’가 아니라 고도화된 자산 회수 컨설팅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형자산 가치평가 모델, AI 기반 디지털 자산 추적 기술을 갖춰야 한다. 채무자의 재산 은닉 수법은 나날이 정교해지지만, 이에 대응하는 법률가 역할도 진화해야 한다. 채권추심 변호사는 돈을 받아내는 사람이 아닌, 정당한 권리를 현실로 바꾸는 마지막 단계의 전문가다. 보이지 않는 자산이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그 가치를 끝까지 추적하고 실현하는 일의 중요성은 커진다.

변화의 최전선에서, 우리는 같은 질문을 한다. “어떻게 하면 정당한 권리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추심 변호사의 새로운 길’이다.

△ 대한변협 채권추심변호사회 2025년 정기총회 모습

/최병석 변호사

대한변협 채권추심변호사회 회장

최병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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