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軍수뇌부에 “최대수준 억지력”
“지능적 준비태세” “지리적 제한없는 대응” 하달
혁수대·정규군 대변인 앞다퉈 “광범위 전장 설정”
美 공격시 확전 엄포…“서아시아(중동) 밖 확대”
8달만 임명된 국방장관도 지역 무제한대응 강조
강경파 레자이 SNSC 사무총장, 유럽 보복 암시
대미협상 주도권 외무부 아닌 SNSC 못 박기도
타협없이 美 답변 요구…기존 협상파 위축 전망
모즈타바 호세이니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군 수뇌부를 만나 “지리적 제한이 없는 대응”을 주문하자, 군부는 중동 밖까지 확전과 압력을 앞다퉈 시사하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선친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의 기습으로 제거당한 뒤 직을 승계했으나, 큰 부상을 입어 8개월여간 두문불출해왔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모헤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혁수대) 대변인(준장)은 1일(현지시간) 케르만주 IRGC 사랄라 사단 제4회 예배에서 미국이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목표를 이루지 못해 두가지 실패를 했다고 전제하며 이른바 ‘혁명 최고지도자 지침’을 언급했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선친(알리 하메네이)의 직을 승계한 모즈타바 호세이니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전쟁 이전 모습. [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 사진]
앞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전날(31일) 통수권자로서 알리 압돌라히 군 참모총장 겸 하탐 알 안비야(IRGC·정규군 통합사) 중앙사령부 사령관(소장), 아미르 하타미 이란 정규군 총사령관(소장), 아흐마드 바히디 IRGC 총사령관(소장) 등 지휘관들과 만나 “최대 수준의 억지력”을 발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적들이 군사적 공격이나 테러 공격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 종료 시점과 조건을 결정하는 건 바로 이슬람공화국 군과 이란 국민”이라며 ‘지능적인 전투준비태세’를 주문하고 “어떤 수준과 유형의 위협이든 즉각적이고 실효성있으며 ‘지리적 제한이 없는 대응’에 직면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모헤비 대변인은 이날 “이 지침들은 전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적에게 타격을 가하고 완전한 억지력에 도달하기 위한 광범위한 전장이 설정됐다”고 과시했다. 또 “‘최대 수준의 억지력’이란 앞으로 어느 나라도 이란에 반대하는 정치적 입장을 취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지침을 풀이했다.
그러면서 “혁수대는 새로운 표적의 식별과 새로운 지리적 영역을 위한 작전 설계를 자신의 추진 과제에 올려놓았다”고 했다.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 이란 정규군 대변인(준장)도 이날 같은 지침을 언급하며 “최근 전쟁에선 분쟁 범위가 점령지에서 해당 지역 국가들의 미군기지까지 확장됐지만, 공격이 재발할 경우 전쟁의 지리적 범위는 서아시아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발령된 명령의 틀 안에서 미국-시오니스트 적(이스라엘 지칭)의 모든 종류의 유형 및 무형 자산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 목표를 갱신하고 있으며, 새로운 도발이 있을 경우 미국의 시설, 장비, 병력 및 이익이 가능한 모든 곳이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미래의 전쟁은 더욱 광범위한 지역에서 벌어질 것”, “(적은) 대응 범위가 과거 분쟁의 지리적 범위에 국한될 거라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메흐르다드 아흘라기 이란 신임 국방·군수지원부 장관. [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 사진]
미국·이스라엘의 2·28 공습으로 전임자 사망 후 약 8달 만에 공석을 메운 이란 신임 국방장관도 최고지도자의 지침에 따라 “어느 지점에서든 지리적 제한 없이” 대응하겠다고 가세했다.
메흐르다드 아흘라기 국방·군수지원부 장관은 이날 이란 국방부를 통한 입장에 “존귀하신 군 최고통수권자 세예드(무함마드 후손 칭호) 모즈타바 호세이니 하메네이 아야톨라(성직자 직위) 각하의 전략적 방침과 명령을 주의깊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며 “(지침을) 작전으로 실행하고 현장에서 실현하며 구체적인 국방 성과로 전환하는 데에도 스스로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아흘라기 국방장관은 “우리는 지능적인 전투 준비 태세의 향상과, 어느 지점에서든 지리적 제한 없이 모든 종류의 위협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이며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의 실현을 단호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국방·군수지원 역할을 되새기고 “이란은 위협 앞에 기습당하지 않을 것이며, 압력 앞에 멈추지 않을 것이며, 과학기술 발전에서 다른 이들의 계산과 의지에 제한받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혁수대 총사령관 출신 강경파로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요직에 오른 모흐센 레자이 SNSC 사무총장도 연일 강경메시지를 발산했다. 그는 전날 X 계정을 통해 유럽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동조해 비용을 치르면서 ‘징징거리고’ 있다며 “전쟁범죄에 환호할 때, 그 여파가 자신들에게도 닥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전쟁과 테러엔 대가가 따른다. 이제 당신들이 그 대가를 치를 차례”라고 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서도 앞서 전달한 미군 해상봉쇄 해제 요구 등 ‘7일 구상’을 들어 “여러 번 말했다. 이란이 발표한 7가지 조건은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외교의 길은 열려 있다”며 “반대로 우리나라를 상대로 어떤 조치가 취해진다면 최고지도자가 군에 하달한 지시에 따라 새로운 무기들로 침략자에게 무시무시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내 대미 협상파 입지는 위축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 해소를 촉구해온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전날 X를 통해 ‘청년의 날’ 계기 메시지를 내면서 “우리는 그 누구도 감히 우리의 영토와 정체성을 탐내지 못할 만큼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짧게 밝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출신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 사무총장. [이란 국영 IRIB 방송 보도 사진]
반면 레자이 사무총장은 이날자 국영 IRIB 방송 인터뷰에서 “이슬람공화국의 ‘구조’가 ‘개인’들을 넘어선다는 게 드러났다”고 전제하면서 “전시가 아닌 때의 외교는 정부와 외무부 소관이다. 지금은 우리가 전쟁 중이기 때문에 SNSC가 (외교를)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을 SNSC 의장, 외무장관은 위원 중 한명이라고 언급한 그는 “오늘날 우리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주도권을 피력한 레자이 사무총장은 미국이 7일 구상의 7개 조건과 하위 2~3개 조건까지 전부 수용해야 하며, 의회에선 핵 독트린 변경 논의 중이라고 압박했다. 다만 “아직 공식적이고 통치체제 차원의 새로운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경파 중심으로 알리 하메네이 선대 최고지도자가 파트와(칙령)로 남긴 핵무기 보유 불가 방침을 해제하잔 주장이 이어져왔고 이행될 수 있단 취지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선 오만과의 단일·공동 항로를 설정하겠단 방침을 고수했다. 또 자신이 JD 밴스 미 부통령으로부터 서한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통해 전달받은 밴스 부통령 서한에 대해 레자이는 “그들의 어조는 완전히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순교한 혁명지도자(알리 하메네이)에게 썼던 서한과 비교해 이 서한의 어조가 그렇다”며 “(양국 당국자 간 두번째 공식 서한에서) 이란 국민이 승리와 국력을 공고히 했다는 걸 보여주는 매우 좋은 신호”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7일 구상 관련 미 측의 최종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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