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첫 사례
사건 후 3년간 제재 절차 마무리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불완전판매한 은행·증권사에 3700억원대 과징금과 과태료를 최종 확정했다. 불완전판매를 막으려고 도입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주요 금융사에 적용된 첫 사례다. 이번 조치로 금융감독원의 2023년 조사 착수 이후 3년을 끌어온 홍콩ELS 제재 절차가 마무리됐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정례회의를 열고 금소법을 위반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우리·수협은행 등 7개 은행에 과징금 3619억6000만원과 과태료 17억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미래에셋·KB·신한투자·NH투자·한국투자·삼성증권 등 6개 증권사에는 과징금 92억8200만원과 과태료 16억1200만원을 매겼다. 13개 금융사에 부과된 금액은 모두 3746억원이다.
홍콩ELS 사건은 2021년 은행과 증권사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와 이를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을 대거 팔면서 시작됐다. 당시 1만선을 웃돌던 H지수는 중국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불안이 겹치며 2024년 초 5000선 안팎까지 떨어졌고, 그해 만기가 돌아온 상품에서 원금 손실이 잇따랐다.
특히 가입자 상당수는 은행 창구에서 상품에 가입한 고령층과 투자 경험이 적은 소비자여서, 위험을 충분히 설명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쏟아졌다.
과징금 규모로 보면, KB국민은행이 1723억3400만원으로 가장 많다. 국민은행의 홍콩ELS 판매잔액이 약 7조8000억원으로 전 금융권 중에서 최대다. 이어 하나은행 과징금이 924억7500만원, NH농협은행 401억7500만원, 신한은행 387억4500만원, SC제일은행 179억원, 우리은행 3억3100만원 순이었다. 증권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92억4500만원으로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금융위는 은행·증권사들이 홍콩H지수 ELS를 편입한 ELT를 팔면서 투자 위험을 보여주는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빼거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데이터를 누락한 설명서를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일부 은행은 손익구조가 ‘기초자산의 변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단순하게 설명했다.
고객의 재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상품을 권유한 사례도 있었다. 이는 고객의 위험성향 등에 걸맞은 상품만 권하도록 한 ‘적합성 원칙’을 어긴 것으로 금융위는 판단했다.
이번 제재는 금융위가 부과한 금전 제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이다.
다만 과징금 규모는 금감원이 처음 산정한 약 4조원에서 90% 넘게 줄었다. 과징금은 지난해 11월 사전통지 때 약 2조원, 올해 2월 제재심에서 약 1조4000억원으로 낮아졌다. 이후 금융위가 지난 5월 사실관계와 법리를 보완하라며 제재안을 돌려보내자 금감원은 6월 약 6000억원으로 다시 산정해 보고했다. 금융위는 여기서 2000억원 넘게 더 깎아줬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투자자 손실을 자율배상한 점과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판매분을 뺀 점을 감안했다. ELS 불완전판매 피해가 금소법 시행 초기 계도기간에 발생했고, 관련 민사소송에서 일부 은행이 승소한 점 등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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