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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재수첩] CPTPP 개방 파고, 농업도 정면 돌파해야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발해 머리를 깎고 거리로 나섰다. 할리우드 자본에 밀려 한국 영화가 고사할 것이란 비명이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 축소로 보호막이 걷히자 정반대 결과가 펼쳐졌다.

[취재수첩] CPTPP 개방 파고, 농업도 정면 돌파해야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발해 머리를 깎고 거리로 나섰다. 할리우드 자본에 밀려 한국 영화가 고사할 것이란 비명이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 축소로 보호막이 걷히자 정반대 결과가 펼쳐졌다. 생존 경쟁에 내몰린 K콘텐츠는 체질을 바꿨고, 넷플릭스를 타고 세계 시장을 집어삼켰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보조금 우산 속으로 들어간 한국 농업은 정반대 길을 걸었다. 수십조원의 예산이 농촌에 투입된 사이 농가 경영주 가운데 7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농지는 상속을 거치며 갈수록 잘게 쪼개져 ‘규모의 경제’는 요원하다. 통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구조개혁 대신 현금 살포로 급한 불만 끈 결과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둘러싼 정부 행보가 다시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정부는 당초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을 타고 연내 가입 신청서를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농민 반발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신중론으로 돌아섰고, 연내 추진은 사실상 보류됐다. 최고위층의 방향 선회에 통상당국도 멈춰 섰다.

통상 실무진 사이에선 ‘차라리 숨을 고르는 게 낫다’는 반응이 나온다. CPTPP는 가입 선언보다 본협상 단계에서 내놔야 할 양허안(시장개방 시간표)이 본질이라서다. 호주 캐나다 등 농업 강국이 포진한 CPTPP는 한·미 FTA급의 최고 수준 농수축산물 개방을 요구한다. 국내 설득 작업 없이 가입 신청서부터 냈다면 양허안조차 내놓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8년 협상을 시작한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이 그 전례다. 농민 반발에 막혀 양허안조차 내지 못한 채 5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그렇다고 CPTPP 가입을 마냥 미룰 순 없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중 갈등 속에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관건은 멈춰 선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다. 농민단체들은 벌써 최대치 보상을 벼르고 있고, 정부는 민간이 채우지 못한 FTA 상생기금 7000억원을 메워주기로 했다. 또다시 ‘개방=보상금’이라는 낡은 공식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방은 곧 침몰이라던 20년 전 충무로의 비명은 기우였다. K푸드가 세계를 휩쓰는 시대, 한국 농업이라고 K콘텐츠처럼 날아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대농을 육성하고, 스마트팜 등 농업 과학화에 재원이 쓰이도록 직불 체계를 뜯어고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CPTPP 개방의 거센 파고는 수십 년 미뤄온 농어업 구조개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그 출발은 땜질식 보상보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는 농민을 향한 진정성 있는 설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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