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이상혁. 라이엇 게임즈 제공
202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 대진이 완성됐다. 한국의 LCK와 중국의 LPL이 나란히 두 팀씩 생존하면서 결승 진출권을 둘러싼 한중전이 펼쳐진다. 젠지와 T1은 LCK의 5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인빅터스 게이밍(IG)과 빌리빌리 게이밍(BLG)은 5년 만의 LPL 정상 탈환을 노린다.
2026 롤드컵 4강은 오는 8일(이하 한국시간)부터 9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앨런 크레딧 유니언 오브 텍사스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다. 8일 오전 7시 젠지와 IG가 먼저 맞붙고, 9일 같은 시간 T1과 BLG가 결승 진출권을 놓고 격돌한다. 모든 경기는 5전 3선승제로 진행된다. 4강의 네 자리를 한국과 중국이 양분했다. 두 지역은 자존심을 걸고 다시 한번 맞붙는다.
스위스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맞붙은 젠지와 IG. 라이엇 게임즈 제공
LCK 최강 젠지 vs 2018년 영광 재현 꿈꾸는 IG
첫 번째 4강전에서는 젠지와 IG가 맞붙는다. 두 팀은 이번 대회 스위스 스테이지 첫 경기에서 만났다. 당시 젠지가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에는 단판이 아닌 5전 3선승제로 승부를 가린다.
젠지는 강력한 우승 후보다. 2년 연속 LCK 정상에 오르며 국내 최강팀의 입지를 다졌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스위스 스테이지를 3전 전승으로 통과한 데 이어 8강에서는 라이언을 상대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젠지는 롤드컵 상위 무대만 오면 약해졌다. 2024년과 2025년 모두 4강까지 올랐지만 각각 T1과 KT 롤스터에 패하며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4강에 오른 만큼 이번에는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젠지와 맞설 LPL 4번 시드 IG는 스위스 스테이지 첫 경기에서 젠지에 패했으나 이후 팀 시크릿 웨일스(TSW), 한화생명e스포츠, 라이언을 연달아 꺾고 8강에 올랐다. 이후 같은 지역의 탑e스포츠(TES)까지 제압하며 2019년 이후 7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IG의 상승세를 이끄는 선수는 ‘더샤이’ 강승록과 ‘루키’ 송의진이다. 두 선수는 2018년 롤드컵에서 IG의 우승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당시 IG는 LPL 팀으로는 처음으로 롤드컵 정상에 오르며 LPL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한 팀에서 만난 두 선수는 8년 만의 정상 탈환을 꿈꾸고 있다.
‘자치’ 쯔자치. 라이엇 게임즈 제공
승부의 핵심은 탑과 바텀의 주도권 싸움이다. 젠지는 ‘기인’ 김기인과 ‘캐니언’ 김건부, ‘쵸비’ 정지훈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상체를 보유했다. 특히 김기인은 이번 대회에서 안정적인 라인전과 뛰어난 교전 능력을 선보이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IG는 탱커와 딜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베테랑 강승록을 앞세워 맞불을 놓을 전망이다.
바텀에서는 IG의 신예 ‘자치’ 쯔자치가 경계 대상이다. 올해 초 TES에서 ‘재키러브’ 위원보의 공백을 메웠던 쯔자치는 이후 IG로 이적해 주전 자리를 꿰찼다. 첫 롤드컵 출전임에도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친정팀 TES와의 8강전에서는 팀 1옵션으로 활약하는 등 4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정글러의 움직임도 변수다. ‘웨이’ 옌양웨이는 이번 대회에서 적극적인 라인 개입과 교전 설계로 IG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김건부가 옌양웨이의 움직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억제하느냐에 따라 초반 주도권이 갈릴 수 있다.
젠지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IG는 이미 한화생명과 TES를 제압하며 강팀을 상대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젠지로서는 라인전에서 확보한 우위를 안정적으로 굴리는 동시에 옌양웨이의 공격적인 개입을 경계해야 한다. 쯔자치의 성장을 억제하고 후반 교전에서 박재혁의 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다.
유상욱 감독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IG 정글과 바텀에서 나오는 플레이가 굉장히 공격적이고 정교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을 의식하고 경기에 들어갈 것 같다”며 “이번 롤드컵을 꼭 잘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1 선수단. 라이엇 게임즈 제공
2024년 결승의 재현
T1과 BLG. 2024년 롤드컵 결승에서 만났던 두 팀이 2년 만에 다시 우승을 향한 길목에서 마주한다. 당시 T1은 BLG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두 팀의 롤드컵 상대 전적 역시 T1이 앞선다. BLG는 그동안 롤드컵에서 T1과 세 차례 만나 모두 패했다. 반면 젠지와 한화생명, 디플러스 기아 등 다른 LCK 팀을 상대로는 승리 경험이 있다. BLG에 T1은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다.
이번 대회에서도 T1은 롤드컵만 오면 강해지는, 특유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디플러스 기아에 패했지만 이후 연승을 거두며 8강에 올랐다. 카르민코프와의 8강전에서도 ‘페이커’ 이상혁과 ‘페이즈’ 김수환, ‘케리아’ 류민석의 활약을 앞세워 승리했다. T1은 이번 4강 진출로 2021년부터 6년 연속 준결승 무대에 올랐다. 이미 전무후무한 3연패를 이뤄낸 그들은 올해 사상 첫 4연패에 도전한다.
BLG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스위스 스테이지에서는 2승2패까지 몰리는 등 고전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팀 한화생명을 2-0으로 제압했다. 이어 8강에서는 디플러스 기아를 3-0으로 완파하며 우승 후보다운 경기력을 되찾았다.
BLG의 가장 큰 무기는 개인 기량이다. ‘빈’ 천쩌빈은 공격적인 챔피언을 활용한 라인전과 사이드 운영에 강점을 지녔고, ‘나이트’ 줘딩은 강력한 라인전과 교전 능력을 갖춘 미드 라이너다. 여기에 ‘쉰’ 펑리쉰의 적극적인 정글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팀의 공격력이 살아나고 있다.
‘케리아’ 류민석. 라이엇 게임즈 제공
바텀 대결도 주목할 만하다. 김수환과 류민석은 이번 대회에서 뛰어난 호흡을 선보이고 있다. 이 둘은 카르민코프와의 8강전에서 팀을 이끌었다. 맞은편에는 ‘바이퍼’ 박도현과 ‘온’ 러원쥔이 버티고 있다. 박도현은 2021년 에드워드 게이밍(EDG) 소속으로 롤드컵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다. 이후 한화생명에서 활약하다 올해 BLG 유니폼을 입었고,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한다.
미드·정글 주도권과 바텀 성장 구도가 관전 포인트다. T1은 이상혁과 ‘오너’ 문현준을 중심으로 경기를 설계하고 김수환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BLG는 줘딩과 펑리쉰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BLG는 디플러스 기아전에서 초반부터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며 오브젝트를 장악했다. T1이 같은 상황을 허용한다면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반대로 T1이 초반 공세를 받아내고 교전 구도를 정교하게 설계한다면 경험에서 앞서는 다전제 운영을 기대할 만하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X
Kakao
link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