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고층 업무용 빌딩이 밀집해 있다. [연합뉴스]
성동·용산은 오르고, 은평·도봉은 18~19%대 급락
수익성 악화로 외곽 매수 심리 꽁꽁…입지가 경쟁력
규제·세금 피하려는 다주택자, 우량 빌딩으로 이동
서울 빌딩 시장 투자자들이 입지 경쟁력을 갖춘 우량 건물로 몰리면서 상·하위 지역의 빌딩 거래가격 격차가 4배 가까이 벌어졌다.
강남구는 가격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성동·용산구는 상승한 반면, 은평·도봉구 등 외곽 지역은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300억원 이상 고가 빌딩 거래도 1년 새 26% 증가하면서 우량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4일 빌딩온부동산중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 자치구별 대지 3.3㎡(1평)당 거래가격(중위가격 기준) 상위 5개 구와 하위 5개 구의 평균 가격 비율은 지난해 3.73배에서 올해 3.89배로 더 벌어졌다.
자치구별 대지 3.3㎡당 거래가격 중윗값이 높은 상위 5개 구의 평균을 하위 5개 구의 평균으로 나눠 산출한 수치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1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계약된 거래를 비교했다.
강남구의 대지 3.3㎡당 거래가격 중윗값은 올해 1억4939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3% 하락했다. 반면 성동구는 같은 기간 1억1695만원에서 1억1854만원으로 1.4%, 용산구는 1억12만원에서 1억303만원으로 2.9% 상승했다. 은평구는 3874만원에서 3115만원으로 19.6%, 도봉구는 2726만원에서 2232만원으로 18.1% 떨어졌다.
서울 빌딩 거래도 증가했다. 올해 거래는 1792건, 19조3453억원으로 지난해 1669건, 18조4361억원보다 각각 7.4%, 4.9% 늘었다. 특히 건물 전체 거래금액이 300억원 이상인 고가 빌딩 거래는 76건에서 96건으로 26.3% 증가한 반면 10억원 미만 거래는 306건으로 동일했다.
빌딩중개업계는 대출 규제와 금융비용 부담 속에서 투자자들이 공실 위험이 낮고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은 핵심 입지를 선호하면서 지역별 가격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환 빌딩온부동산중개 대표는 “주택 대출 규제로 빌딩 투자에 관심을 갖는 수요는 늘었지만 투자자들은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강남·성수·용산 등 검증된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며 “외곽은 임차인 확보가 어려워 가격을 낮춰야 거래가 성사되는 반면 핵심지는 꾸준한 임차 수요가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단기 임대수익보다 장기적인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을 중시하면서 입지에 따른 가격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지역별 가격 격차 확대와 고가 빌딩 거래 증가는 불확실한 시장에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 심리가 강해진 결과”라며 “자금력 있는 법인과 자산가들의 매수세가 핵심 입지에 집중되는 반면 외곽은 수익성 악화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도 우량 입지의 최상급 빌딩은 견고한 가격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배후 수요가 취약한 지역은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며 “금리보다 입지 경쟁력과 개발 호재가 거래 성패를 좌우하는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성동·용산구는 유동인구 증가와 상권 활성화에 따른 임대수익률 개선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고가 빌딩 거래 증가에는 공실 위험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의 우량 자산 선호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와 주택 관련 세제 부담으로 주택 투자 수요 일부가 입지 경쟁력을 갖춘 중소형 빌딩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빌딩온부동산중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서울 주요 자치구별 빌딩의 대지 3.3㎡당 중위가격과 가격 격차, 거래 규모별 증감 현황. [빌딩온부동산중개 제공]
박상길 기자(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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