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 이하 아파트 물건 중심
거주용 똘똘한 한채 현상 심화
집값 안정에 도움 될지는 의문
수요 분산 정책이 더 이로울듯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
지난 정부에서 잠시 흐릿해졌던 세금 이슈가 이재명 정부의 8·3 세제개편안 발표를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의 쟁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분위기다. 세제개편안 개편 취지는 크게 3가지 틀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주택 수 중심의 과세체계가 주택 가액 중심으로 전환되는 점. 둘째, 거주 없는 보유만으로 절세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졌다는 점. 셋째, 비싼 집(이른바 똘똘한) 하나를 보유하는 전략이 절세 효과를 담보하지 않게 됐다는 점 등이다. 개편안 발표 이후 국무회의 논의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의 비거주 1주택 및 부부공동명의 기본공제 금액과 세부담 상한 등에 일부 조정 과정이 있었지만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세법 개정 추진 중이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의 근저에 ‘똘똘한 한 채’ 이슈가 자리하고 있으므로 ‘주택 수를 주택 가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방향성에는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거주용 30억원(시가) 이하 주택은 금번 개편에서 사실상의 중과 대상은 아니다. 부동산114 시세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 대부분인 88% 물건에서는 중과 이슈가 없다는 의미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고소득 중산층 이하 주택 대부분과는 큰 상관이 없는 세제개편안이므로, 앞으로는 30억원이하 아파트 물건들을 중심의 거주용 똘똘한 한 채 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의 ‘똘똘한 집 한 채’는 초창기 일부 혼선이 있었으나 2019년쯤 완성 형태로 발전했다. 2019년 9·13 대책의 고가 및 다주택자 종부세 인상,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지, 일시적 2주택 비과세 기준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및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이 맞물리면서 ‘똘똘한 집 한 채’ 경향성이 매우 강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채’ 전략이 수요층 사이에서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020년 7·10 대책은 다주택자 및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을 기존 1~4%에서 4~12%로 중과하며 다주택자 관련 거래세 규제가 정점을 찍었다.
한편 2020년 7·10 대책 발표 시기 즈음, 문재인 정부에서도 본격적으로 ‘공급 부족’ 이슈가 부각되며 ‘얼죽신(얼어죽어도신축)’ 현상들이 시작된다. 이는 2022년 집권한 윤석열 정부로 이어지며 ‘똘똘한 집 한 채’가 주택 유형과 연식까지 분별하는 ‘똘똘한 신축 아파트 한 채’로 진화한다.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건설시장을 직접 강타하면서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전국 아파트 분양가가 70%가량 폭등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즉 규제 지역에서 2주택부터, 비규제지역에서 3주택부터 취득세가 중과되므로 ‘똘똘한 한 채’라면 기왕이면 수요층이 선호하는 ‘아파트’ 유형에 ‘얼죽신’ 현상이 강해지며 희소성이 높아진 신축으로 수요층 시선이 쏠렸다고 볼 수 있다.
작년 6월 집권한 이재명 정부에서 ‘똘똘한 신축 아파트 한 채’는 다시금 진화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지난해 6·27 대책에서 주담대 한도 6억원 제한, 그리고 10·15 대책의 투기과열지구 및 토지거래허가구역 확장에 따른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이 수요층 매수 관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불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부활 및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의 거주 요건 판단. 그리고 종합부동산세를 위시한 보유세 강화에 대한 시장 내 우려감까지 더해져 초기의 ‘똘똘한 집 한 채’가 현 시점에는 ‘(덜)똘똘한 거주용 신축 아파트 한 채’로 이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똘똘함’이 강조되는 경향성이 수도권 집값 안정에 정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공급 대책들에서 보듯이 수요가 집중된 서울의 공급부족 이슈는 수요가 집중된 부분을 덜어내기 전 까지는 공급 만으로는 해결하기 요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금의 (덜)똘똘한 한 채가 강화된 국면에서의 공급 확대 정책 위주로만 경주하기 보다는, 똘똘한 한 채가 상당 부분 완화된 상태에서 수요 분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가격 안정 국면을 확보하는 데 더 이롭다고 판단된다. 주택 공급의 많고 적음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결국 수요 측면에 해답지가 있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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