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찍은 오월, 세계가 본 진실…힌츠페터를 기억하다
‘힌츠페터 10주기 특별전’ 개막
내년 3월 28일까지 옛 전남도청
사진·영상·취재 기록·유품 공개
언론인의 삶·발자취 폭넓게 조명
2026년 11월 04일(수) 19:40
‘힌츠페터가 남긴 유산’전이 내년 3월 28일까지 옛전남도청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취재 중인 위르겐 힌츠페터. <5·18기념재단 제공>
1980년 5월, 광주는 철저히 고립돼 있었다. 신군부의 검열을 받은 국내 신문과 방송은 “광주에서 불순분자와 깡패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보도했고, 계엄군의 폭력에 희생된 시민들의 참상은 알려지지 못했다.
그때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에 들어와 진실을 기록한 외국인 기자가 있었다.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리는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 영화 ‘택시운전사’ 속 외신기자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계엄군의 무력 진압과 이에 맞선 시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세계에 알렸다. 그의 영상은 군부가 감추려 했던 5·18민주화운동의 실상을 밝히는 증거가 됐으며, 오늘날에도 그날의 역사를 증언하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힌츠페터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10년. 그가 남긴 사진과 영상, 취재 자료를 통해 1980년 광주를 돌아보는 특별전이 열린다. 한 외신기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진실을 기록하고 알리는 일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다.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과 5·18기념재단은 5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옛 전남도청 도경찰국 민원실 특별전시실에서 ‘기록은 계속된다-푸른 눈의 목격자, 힌츠페터가 남긴 유산’을 연다.
이번 전시는 힌츠페터의 10주기를 맞아 5·18 취재 당시의 기록과 개인 유품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광주의 참상을 알린 기자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시대의 변화를 기록했던 언론인으로서의 삶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전시는 ‘오월을 되살리다’, ‘세계를 보다’, ‘오월을 잇다’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먼저 첫 번째 공간인 ‘오월을 되살리다’에서는 1980년 광주 취재 당시의 기록을 만날 수 있다. 계엄군의 통제를 피해 광주에 들어온 과정부터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까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몄다.
5·18민주화운동 취재 슬라이드
특히 그가 사용했던 취재 필름과 비디오테이프, 사진 앨범 등이 전시된다. 출장비 정산서와 이동 경로를 추정해 재구성한 지도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자료들은 힌츠페터가 어떤 경로로 광주에 들어왔고, 무엇을 목격했으며, 그 기록을 어떻게 남겼는지 보여준다. 당시의 참상을 담은 영상뿐 아니라 이를 취재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번째 공간인 ‘세계를 보다’에서는 광주를 넘어 세계 곳곳을 누볐던 힌츠페터의 삶을 소개한다. 그는 5·18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정치·사회 현장을 취재하며 다양한 시대적 사건과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그가 사용했던 여권과 수첩, 타자기, 취재용 테이프 등이 주요 전시품이다. 직접 모은 책과 소지품도 선보인다. 특히 생활공간을 재현한 전시를 통해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언론인이자 한 개인으로서의 힌츠페터를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공간인 ‘오월을 잇다’에서는 그가 남긴 기록이 오늘날 어떤 의미로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생전에 받은 상패와 기념품, 그의 이름을 딴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관련 자료 등이 전시된다. 1980년 광주의 진실을 알렸던 기자정신이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언론 활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조명한다.
전시 개막일인 5일에는 관련 행사도 마련된다. 오후 2시 전일빌딩245 9층 다목적 강당에서는 ‘시민의 참여, 이어지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학술포럼이 열린다. 5·18과 한국 민주화운동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 공동체적 실천을 무형유산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할 방안을 논의한다. 최정기 5·18국제연구원장과 이영배 국립경국대 교수 등이 발제에 나선다.
오후 5시에는 특별전 개막식이 열리며, 이후 옛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2026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시상식도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 관람은 무료다.
이번 전시와 포럼을 담당한 박영만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학예연구관은 “이번 특별전이 5·18의 진실을 알린 힌츠페터의 기록과 기자정신을 돌아보고, 시민들이 지켜온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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