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우스 외교 본격화…인도 500억불·베트남 1500억불 교역 목표
4대 그룹 총수·200명 경제사절단 동행…공급망·에너지·핵심광물 협력 확대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뉴델리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조상현 재인도한인회 총연합회장의 환영사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부터 24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인도와 베트남을 잇따라 국빈 방문 중이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을 "고속 성장 중인 두 국가와 핵심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고도화해 외교 지평을 넓히는 계기"로 규정했다.
인도 방문은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인도 정부가 준비한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간디 추모공원 헌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소인수·확대 정상회담, 양해각서(MOU) 교환식, 공동언론발표, 총리 주최 오찬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인도 일정의 목표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가속화를 통해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 500억달러 달성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제시한 인도 협력 분야는 조선·해양, 금융, 인공지능(AI), 방산, 에너지·공급망, 핵심광물 등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략 분야에서 우리의 강점을 살린 신규 협력 사업을 통해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중동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과 경제 불확실성이 동시에 확대된 상황에서, 인도와의 공조는 생산·소비·핵심광물 축을 다변화하는 경제안보 전략으로 인식된다.
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뉴델리 도착 직후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무장관을 접견하고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동전쟁의 여파 속에서 공급망 불안정과 글로벌 경제위기가 상시화되는 만큼 한국과 인도는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인도를 "글로벌 생산과 공급망을 이끄는 핵심 국가"로 평가했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뉴델리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인도 일정을 마친 뒤 21일 저녁 베트남 하노이로 이동할 예정이다. 22일에는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MOU 교환식, 공동언론발표, 국빈만찬 일정을 소화한다. 베트남 방문에서는 인프라·원전 등 대형 프로젝트와 에너지·공급망 안정, 핵심광물 협력을 묶는 경제안보 파트너십 구축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달러 달성 목표를 이미 공유하고 있다.
이번 순방에는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200명 안팎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가 공동으로 사절단을 꾸렸고, 한경협이 인도, 대한상의가 베트남 일정을 맡아 비즈니스포럼과 현지 정·재계 행사, MOU 체결 등을 주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도·베트남 경제사절단 동행을 위해 19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인도 경제사절단에는 류진 한경협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합류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 장인화 포스코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베트남 일정에는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가로 합류할 예정이다. 이재용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인도·베트남 전 일정에 참여한다.
재계 총수들은 19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시차를 두고 출국했다. 산업계는 인도 뉴델리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한·인도·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을 중심으로 현지 정부·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신규 프로젝트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타이응우옌·호찌민 등에 제조 공장 6곳과 하노이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며, 삼성혁신캠퍼스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은 하이퐁에 전자 제조 클러스터를 구축해 TV·가전·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SK그룹은 발전소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중심으로 베트남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확대 중이며, 현대차그룹은 아세안 시장을 겨냥해 인도·베트남 현지 생산·판매망을 점검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노이다·스리페룸부두르 등지에 생산 거점을 두고 스마트폰·가전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인도 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했다. 인도는 연평균 7% 안팎의 성장률과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국무역협회와 주요 리서치 기관이 ‘제2의 베트남’이자 장기 내수·제조 거점으로 평가하는 시장이다.
원전·에너지 분야 협력도 이번 순방의 주요 축으로 떠올랐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베트남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원전·소형모듈원전(SMR) 협력 지원에 나선다. 베트남 정부가 원전과 SMR 모두를 신규 건설 대상으로 검토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SMR 핵심 부품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팀코리아 수주전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국전력도 베트남 국가산업에너지공사(PVN)와 닌투언-2 원전 인력양성 공동 워킹그룹을 가동하며 베트남 원전 수주 기반을 다져왔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순방이 단기 수주보다 중장기 경제안보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에서는 CEPA 개선과 조선·AI·방산·핵심광물 협력 로드맵을 구체화해 500억달러 교역 목표에 힘을 싣고, 베트남에서는 기존 전자·부품 제조 허브에 더해 에너지 인프라와 원전을 아우르는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신흥국 투자 리포트들은 베트남·인도를 구조적 성장국으로 평가해온 만큼, 이번 순방이 양국의 FDI·인프라 투자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외교적 신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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