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3고' 충격…“민생경제 전시상황” 위기 공식화
국채 없이 초과세수 투입…‘빚 없는 추경’ 재정논란 차단
“소나기 아닌 폭풍우”…여야에 초당적 협력 촉구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6.4.2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전쟁 수준의 경제위기'를 공식화하며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중동발(發) 위기가 단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장기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경고하며, 사실상 '속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일 오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동 전쟁이 야기한 중차대한 위기 앞에 국민의 삶과 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번 추경안은 위기의 파도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켜줄 방파제이자, 위기 이후 대한민국이 도약할 발판"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현 상황을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닌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위기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 34일째로,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평가받는 이번 사태는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경제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어렵사리 되살린 성장의 불씨가 사그라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코스피 5000 돌파와 반도체·조선 업황 호조에도 불구하고, 유가 급등과 원자재 수급 불안, 민생 비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며 실물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대통령은 "이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하고 단단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민생경제는 전시 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 아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비상경제 대응체계 전환, 29년 만의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 원자재 수급 관리 강화, 피해기업 정책금융 지원, 아랍에미리트(UAE) 원유 2400만 배럴 도입 등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위기 인식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 세금을 필요한 곳에 적기에 사용하는 것은 정부의 마땅한 책무"라며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추경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일수록 사회적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며 "중동 전쟁 위기로 꼭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그 부담이 국민과 경제에 전가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6.4.2 사진=연합뉴스
◆ "빚 없는 추경"…재정 논쟁 선제 차단
이번 추경의 핵심은 재원 구조다.
이 대통령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증시·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초과 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재원 1조원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경에는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2조8000억원 규모의 민생안정 대책이 담겼다. 석유 최고가격제 운영과 환율·유류비 변동 대응을 위한 목적예비비 5조원도 반영됐다.
또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600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6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포함됐다. '그냥드림센터'는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확대되고, 소상공인 정책자금 추가 공급과 희망리턴패키지 확대, 창업 지원 사업도 추진된다.
수출 바우처 지원 대상은 1만4000개사로 확대되며, 수출 정책금융 7조1000억원과 관광업계 저금리 자금 2800억원이 추가 공급된다. 재생에너지 지원 확대 등 산업 현장에 2조6000억원이 투입되고, 지방교부세와 교부금 등 9조5000억원 규모의 지방 투자 재원도 반영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수치고 있다. 2026.4.2 사진=연합뉴스
◆ "소나기 아닌 거대한 폭풍우"…국민·정치권에 공동 대응 주문
이 대통령은 이번 위기를 장기전으로 규정하며 사회 전체의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의 위기는 잠깐 내리는 소나기가 아니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거대한 폭풍우"라며 "긴 안목과 호흡으로 지금의 위기를 넘고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 고통을 나누며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정부와 공직자부터 비상한 각오로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또 "담합, 매점·매석 등 부당이익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며 시장 질서 확립 의지를 밝혔고, 국민을 향해서도 "대중교통 이용과 생활 속 에너지 절약 실천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며 "이번 예산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적 위기 앞에 정부와 국회, 여야가 손을 맞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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