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자로 마운드 오른 끝판대장
오승환 “시구자로 올 것이라 생각 못 해”
“1차전 0-4에서 TV 껐다”며 웃음
그래도 ‘지극한’ 후배 사랑
빵과 커피 준비해 선수단 전달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 기자] '끝판대장'이 다시 마운드에 섰다. 친정팀 삼성을 응원하러 왔다. 플레이오프(PO) 2차전 시구자로 나섰다. 어색하다. 팬들은 9회 등판 준비하라고 한다. 오승환은 오승환대로 후배들을 믿는다. 1차전 패배 후 마음까지 전했다.
오승환은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PO 2차전 삼성-KIA전 시구자로 나섰다. 아들 오서준 군을 안고 등장했다. 마운드에서 아들과 함께 힘차게 공을 던졌다.
삼성의 '레전드'다. 영구결번(21번) 선수이기도 하다. 삼성에선 만든 세이브만 427개다.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다. 오랜 시간 삼성 뒷문을 지켰다. 그런 선수가 시구자로 나섰다.
시구 후 오승환은 "항상 시구 지도만 하다가, 내가 시구자가 됐다. 내가 시구자가 될 것이라 크게 생각을 못했다. (오)서준이가 시구 선배다. 같이 올라갔다. 나도 떨렸다"며 웃었다.
이어 "바닥에 던지지 않아서 만족한다. 선수 때와 많이 달랐다. 중요한 경기고, 선수들이 집중하고 있다.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시구에 집중되지 않았으면 한다. 인터뷰까지 하고 있으니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팬들이 ‘시구가 아니라 9회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셨다더라. 그 얘기 들었다. 첫 경기 타선이 안 터졌을 뿐이다. 불펜이 다 잘해주고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들이 준비 잘했다. 개인적으로 통화도 많이 하고, 얘기도 많이 했다. 오늘 오전에도 숙소 근처 카페에서 선수들에게 빵과 커피 전했다. 조금이라도 한 팀이 되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제 안타 2개밖에 못 쳤다. 안 풀리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힘이 되고 싶었다. 선수들 얼굴 밝더라. 자신감 있어 보였다.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김재윤 얘기도 했다. 안타깝다. "그 마음 나도 잘 안다. 올시즌 준비 많이 했고, 잘했다. 세이브왕을 했지만, 홈에서 아쉬움이 있지 않았겠나. 가을에 만회하고 싶었을 것이다"고 짚었다.
이어 "그 마음을 알고 있는데, 부상 소식이 나왔다. 듣고 내가 더 안타까웠다. 엔트리에 들지는 못했어도 동행은 하고 있다. 경험이 많은 선수다. 후배들에게 조언 많이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마무리로 대기할 원태인 또한 격려했다. "얼굴 봤다. 원태인은 기본적으로 가진 게 좋은 선수다. 올시즌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스스로도 생각할 것이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어느 상황에 나가도 자기 몫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은퇴 후 팬으로 야구를 보다 보니 또 선수 때와 다르단다. 선수들 믿는다고 했지만, 삼성이 패하니 속이 상한다.
그는 "사실 어제 0-4 되면서 TV 껐다"며 웃은 후 "야구 보는 건 재미있다. 해설도 해보고, 팬으로서 야구를 보기도 했다. 마운드에 서 있는 것보다, 보는 게 더 떨린다"고 짚었다.
또한 "야구장 전체를 볼 수 있다. 그 상황이 다 머리에 들어오더라. 마운드에서는 타자-포수만 집중한다. 그 생각을 못 한다. 밖에서 보니 더 떨리더라"며 미소를 보였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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