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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후보 물질을 찾아 다니던 R&D 비서 AI, 이젠 전략까지 짠다

오우킨은 아스트라제네카의 IT 인프라 및 의사결정 워크플로우 내에 통합되어 해당 플랫폼에서 구동될 AI 에이전트의 엔드투엔드(end-to-end) 개발을 주도한다. 이 플랫폼은 경쟁사의 임상 개발 동향과 환자 모집 흐름...

후보 물질을 찾아 다니던 R&D 비서 AI, 이젠 전략까지 짠다

@freepik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AI의 역할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논문을 검색하고 데이터를 정리해 유망 후보물질을 찾는 수준에 머물렀던 AI가, 이제는 신약 개발 전략을 직접 수립하고 연구 방향을 설정하는 핵심 주체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과거에 AI는 방대한 논문과 실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유망 후보물질을 찾는 '비서' 역할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어떤 적응증을 공략할지, 어느 국가에서 임상을 진행할지, 경쟁사의 개발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지까지 판단하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답변'하는 AI에서 '판단'하는 AI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질의응답 형식의 생성형 AI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에이전틱(agentic) AI'의 등장이다. 기존에는 연구원들이 경쟁사의 임상 진행 상황, 환자 모집 속도, 특허 출원 흐름 등을 일일이 추적하며 개발 방향을 결정해야 했다. 반면 에이전틱 AI는 경쟁사의 임상 개발 동향과 환자 모집 흐름, 특허 현황 등을 스스로 분석해 전략적 연구·임상 수립 과정을 지원한다.

대표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에이전트형 AI 기업 오우킨(Owkin)과 3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K Pro'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했다. 오우킨은 아스트라제네카의 IT 인프라 및 의사결정 워크플로우 내에 통합되어 해당 플랫폼에서 구동될 AI 에이전트의 엔드투엔드(end-to-end) 개발을 주도한다.

이 플랫폼은 경쟁사의 임상 개발 동향과 환자 모집 흐름, 특허 출원 현황 등을 분석해 연구·임상 전략 수립을 지원한다. 기존에는 연구원들이 경쟁사의 임상 진행 상황이나 환자 모집 속도, 특허 흐름 등을 직접 추적하며 개발 방향을 결정해야 했다면, 이제는 AI가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전략 수립 과정에 개입하기 시작한 셈이다.

토마스 클로젤 오우킨 최고경영자(CEO)는 "제약 산업의 미래는 에이전트 중심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분자 설계에서 환자 선별까지 알아서 '척척'

AI 역할의 변화는 분자 설계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아이소모픽랩스(Isomorphic Labs)는 최근 2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구글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 3 기반 기술을 활용해 단백질뿐 아니라 DNA·RNA·리간드 간 상호작용까지 예측하는 통합 신약 설계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더 나아가 분자 간 상호작용을 정밀 예측해 설계 단계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AI 활용은 임상 개발과 진단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신약개발에서 적절한 환자군을 선별하지 못해 임상 실패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최근에는 AI 기반으로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약물 반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로슈가 인수를 결정한 PathAI는 병리 슬라이드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병리 진단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는 디지털 병리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로슈는 이번 인수를 통해 진단 효율 개선뿐 아니라 바이오마커 발굴과 동반진단, 임상시험 지원, 신규 약물 타깃 탐색 등 정밀의료 역량 전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구글까지 나섰다...왜?

AI를 활용해 아예 R&D 운영 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대규모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릴리는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엔비디아와 AI 공동 혁신 연구소 설립을 발표했다. 양사는 향후 5년간 인재, 인프라, 컴퓨팅 자원에 최대 10억 달러를 투자해 연구·발굴·개발 프로세스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실험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학습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머크 역시 지난 4월 구글 클라우드와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R&D부터 제조, 상업 운영, 규제 대응까지 전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목표로 규제 문서 작성과 상환 관련 자료 준비 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AI 활용 범위가 신약 탐색과 임상 단계를 넘어 제약사의 행정·컴플라이언스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연구 보조 역할에서 벗어나 R&D 운영 및 의사결정까지 활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AI를 연구개발 체계 안에 어떻게, 얼마나 안착시키느냐에 따라 신약 개발 경쟁력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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