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환경톡톡] 버려진 커피찌꺼기, 저탄소 농업의 탄소 저장고로

우리가 매일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는 이제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커피를 추출하고 나면 원두의 상당 부분은 수분을 머금은 커피박, 즉 커피찌꺼기로 남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내에서 연간 약 20만톤의 커피박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환경톡톡] 버려진 커피찌꺼기, 저탄소 농업의 탄소 저장고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조재경

[환경일보] 우리가 매일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는 이제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커피를 추출하고 나면 원두의 상당 부분은 수분을 머금은 커피박, 즉 커피찌꺼기로 남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내에서 연간 약 20만톤의 커피박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커피 소비가 늘어난 만큼 버려지는 커피박도 계속 쌓이고 있다.

카페에서 발생한 커피박, 탄소 저장고가 되다

문제는 이 유기물 덩어리가 다른 생활폐기물과 함께 매립돼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 분해될 때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메탄이 배출될 수 있다. 메탄은 100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약 27~30배 강한 온난화 효과를 내는 온실가스다. 기분 좋게 마신 커피 한 잔이 폐기 과정에서 기후변화 부담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그러나 이 골칫덩어리 커피박을 그린바이오 기술로 들여다보면 미래 저탄소 농업을 뒷받침할 탄소 저장 자원으로 바꿀 수 있다.

그 핵심이 바로 바이오차(Biochar) 기술이다. 바이오차는 농업 부산물이나 유기물을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고온으로 열분해해 만든 탄소질 물질이다. 커피박이 이 공정을 거치면 그 안의 탄소 일부가 미생물에 쉽게 분해되지 않는 안정적인 방향족 탄소 구조로 전환된다. 원래대로라면 분해돼 대기 중으로 돌아갔을 탄소의 일부를 토양에 장기간 저장하는 셈이다.

커피박 바이오차를 밭에 뿌리는 것은 단순한 폐기물 재활용을 넘어선다. 커피박에 포함된 탄소를 비교적 안정된 고체 형태로 바꿔 토양으로 돌려보냄으로써 탄소 격리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도 바이오차의 토양 투입을 탄소 제거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커피박 바이오차는 폐기물 재활용을 넘어, 탄소를 안정된 고체 형태로 토양에 저장해 탄소 격리에 기여할 수 있다. /사진=환경일보DB

땅속 마이크로바이옴을 깨우는 식물 면역의 요새

수백 도의 고온에서 열분해를 거친 커피박 바이오차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유기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미세한 구멍이 빽빽하게 형성돼 있다. 이러한 다공성 구조는 토양에서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먼저 스펀지처럼 수분과 영양분을 붙잡아 토양의 보수력과 양분 보유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토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 정착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한다.

특히 식물의 성장을 돕는 식물생장 촉진 근권미생물(PGPR)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미세 서식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외부 병원균이 침입하거나 토양이 건조해지는 환경 변화 속에서도 유익 미생물이 바이오차의 미세한 구멍에 정착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미생물은 식물 뿌리와 공생 관계를 맺고, 인산이나 질소와 같은 영양소를 식물이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준다.

바이오차에 자리 잡은 유익 미생물은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뿌리 세포와 화학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러한 자극은 식물의 방어체계를 미리 준비시키는 유도전신저항성(ISR)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일종의 예방접종처럼 방어체계를 경계 상태로 전환해 병원성 곰팡이나 세균, 바이러스, 해충이 침입했을 때 더 빠르게 대응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의 선천성 면역력이 높아지면 화학농약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이오차의 양분 보유 효과도 질소비료 사용과 아산화질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바이오차의 제조 조건과 투입량, 작물과 토양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농업 현장에서의 실증이 필요하다.

버려지던 커피찌꺼기는 그린바이오 기술을 통해 탄소 저장 자원으로 전환돼 토양 생태계를 개선하고 식물의 생육과 면역력을 높이는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사진=환경일보DB

일상과 첨단 바이오 기술이 만드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농축수산 부문의 온실가스를 27.1%나 줄이겠다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실행하고 있다. 이 목표를 이룰 열쇠는 생각보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카페에서 무심코 버려지던 새까만 커피찌꺼기가 그린바이오 기술을 만나 탄소 저장 자원으로 바뀌고, 토양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를 가꾸어 식물의 생육과 면역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 속에는 버려지는 자원을 되살리고 지구를 지키는 식물 바이오기술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일상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과학기술을 만나 농업과 기후위기 대응을 연결하는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기대해 본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조재경 guyparm1472@naver.com>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