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전경. KB금융 제공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후보로 이재근 글로벌·WM(자산관리)·SME(중소기업금융) 부문장을 선택하며 ‘세대교체’에 나섰다.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금융산업 재편 속 과감한 변화를 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이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두 차례 예상을 깬 선택…이번에는 ‘변화’에 방점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양 회장, 이 부문장을 대상으로 각각 2시간에 걸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양 회장의 선임과 교체 모두 업계의 예상을 깬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에는 국민은행장을 세 차례 지낸 허인 전 부회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종 선택은 양 회장이었다. 은행장 경험이 없는 인물이 그룹 수장에 오르면서 당시에도 이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교체 역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은 조직 안정과 사업 연속성 등을 이유로 연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양 회장은 재임 기간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며 경영 성과를 입증했다. KB금융은 올 상반기에만 3조8846억원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순이익이 사상 최초 6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회추위는 안정성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변화에 무게를 실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이끌 적임자로 이 후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예상 밖 인선에 외풍 우려도...KB는 공정성 강조
예상을 깬 인선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외부 압력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올 1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투명한 경영승계 절차 구축 등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준비해 왔다.
당초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은 개선안의 첫 시험대로 예상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 차기 회장 숏리스트가 7월3일 확정되는 것으로 아는데 그 전에는 발표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발표가 거듭 미뤄지면서 KB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개선안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KB금융은 이번 회장 선임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했다. 조 회추위원장은 이날 “금번 경영승계절차는 사전에 투명하게 마련된 승계계획에 따라 후보자 평가의 내실을 기하고자 조기에 개시했고, 객관적인 검증기준을 통해 절차 전반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한층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승계 절차는 기존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현 회장 임기 만료 5개월 전 시작했다. 절차 개시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 기간도 3개월로 늘려 후보 검증 기간을 확보했다. 외부 후보에게는 숏리스트 선정 이후 약 두 달간의 인터뷰 준비 기간을 제공하고 회추위원과 별도 사전 간담회도 마련하는 등 외부 후보자의 불리함을 줄이는 데 공을 들였다.
승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라는 변수도 생겼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KB국민은행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비정기(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4국은 기업의 탈세나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 등을 주로 들여다보는 조직이다. 다만 조사가 연말까지 예정돼 있는 만큼 인선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세청 특별조사는 정부의 의중이 직접 실리지 않고선 불가능한 액션”이라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이번 KB회장 선임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귀띔했다. 다만 현재까지 정부와 국회가 KB회장 인선에 직접 개입했다는 구체적 정황은 확인된 바 없다.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 연합뉴스
이변의 주인공 ‘이재근’은 누구?
이재근 후보는 서울고와 서강대 수학과, 같은 대학 경제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해 약 33년간 KB금융그룹에 몸담아온 정통 ‘KB맨’이다. 지주 재무기획부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치며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우리파이낸셜 인수 등에 관여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기여했다.
이후 KB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CFO와 영업그룹대표를 지냈다. 2022년에는 국민은행장에 올라 3년간 은행을 이끌었다. 재임 기간 영업 현장을 중시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 체질 개선을 추진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며 리딩뱅크 경쟁력을 회복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해부터는 KB금융지주 글로벌·WM·SME부문장을 맡아 해외 사업과 자산관리(WM), 중소기업금융(SME)을 총괄해왔다. 은행 경영과 비은행 사업 확대 경험에 글로벌 업무까지 아우르는 경력이 이번 인선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추위도 이 같은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회추위는 “(이 후보는) 지주 부문장과 은행장을 맡으며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에 더해 재무·전략·글로벌 부문 등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했다”며 “은행장과 지주 부문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능력은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변화’ 주문한 회추위…새 리더십의 과제
이 후보의 최우선 과제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KB금융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회추위는 이 후보에 대해 “금융산업이 재편되고 머니무브가 본격화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KB금융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훌륭히 이끌어낼 만한 역량이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양 회장 체제에서 강화된 비은행 경쟁력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 KB금융의 올 상반기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기여도는 44%로, 양 회장 취임 직전인 2023년 3분기(37.4%)보다 6.6%포인트 상승했다. 수익 기반이 다변화된 만큼 계열사별 수익성을 높이고 이익의 변동성을 관리하는 것이 과제다.
주주환원 성과를 이어가며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필요도 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등의 영향으로 올 1월2일 12만3300원이던 KB금융 주가는 이날 17만7900원까지 올랐다.
글로벌 부문을 총괄해온 만큼 해외 사업의 수익성 개선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KB금융은 그간 해외 금융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후보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 직접 방문해 경영 정상화 상황을 점검하는 등 해외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이 후보가 글로벌 부문장을 맡은 이후 KB뱅크의 손실 규모는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의 ‘2027~2029년 중장기 경영전략’은 △자산관리(WM)·연금 사업모델 재설계 △중소법인 비즈니스 경쟁력 확보 △기업투자금융(CIB)·자본시장 협업체계 고도화 △보험 비즈니스 및 투자운용 역량 선진화 △인공지능(AI) 전환 가속화 등 5대 핵심 어젠다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이 후보가 이를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영능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임원 자격요건 심사를 거쳐 오는 11월2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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