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국가 균형 발전 기조가 호남·충청권의 집중 투자로 이어지면서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동남권)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들어 정부는 호남은 AI·재생에너지·화이트바이오 중심지로, 충청은 과학기술 혁신 클러스터와 행정·연구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반복해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충청권 반도체 투자 검토가 알려지면서 정부의 수도권 쏠림을 줄이려는 지역균형 발전 전략이 호남과 충청에 대한 투자 확대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를 반영하듯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인공지능(AI) 시대의 폭발적인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에 새로운 반도체 거점을 조성하는 방안을 막바지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짓고 있는 용인 클러스터는 그대로 짓고 호남과 충청 등에 제2의 클러스터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 논란’과 관련해선 “수도권에 짓고 있는 공장을 옮기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수도권 포화에 대비한 ‘신규 대체 벨트’를 호남에 선제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초대형 미래 산업 투자가 호남·충청권에 쏠리면서 그동안 정치권 공방 수준에 머물렀던 이른바 ‘TK 소외론’이 현실적 ‘위기론’으로 다가왔다.
호남·충청권이 반도체와 AI 인프라를 동시에 확보할 경우 TK는 그동안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조성(구미), AI 특화지구와 데이터센터 유치(포항) 등 미래 성장 전략이 좌초되면서 산업과 일자리, 지역경제의 미래는 또 다시 암울한 과거로 돌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광주·전남, 충청을 중심으로 수백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구상을 추진하며, 반도체산업 재편이 향후 수십 년간 지역의 명운을 좌우할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TK 정치권은 무능력하게 관망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야당으로서 지역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리더십 위기에 내몰리며 TK 국민의힘 의원들의 머리 속에는 온통 차기 공천권을 누가 갔는냐에 쏠려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초박빙으로 진행됐던 대구시장 선거가 결국 야당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예상했던 지역 홀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존재감 없는 TK 정치권과 무조건 야당만 찍어주는 일부 유권자들을 향한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김용범 실장은 이날 미래 산업 투자가 호남·충청권에 쏠려 영남이 소외된다는 지적에 “정부는 권역별 맞춤형 투자 계획을 촘촘히 짜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가 구상 중인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를 연계하는 전략을 거론하며 “피지컬 AI의 기초가 되는 하드웨어 및 제조 산업 기반은 전부 동남권에 몰려 있다”며 “향후 피지컬 AI 산업의 중심은 동남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균형 성장이라는 당위성을 내세워 ‘어디에 투자하라’고 감정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기업들이 수백조 원짜리 투자를 그렇게 결정할 리가 없다”고 했다.
이기동기자 leekd@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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