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윤 문화체육부 차장
“지난 3년 동안 대구의 축구를 보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지난 19일 대구FC와 서울이랜드의 경기가 끝난 후 주변 한 축구팬의 이 같은 넋두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 역시 곰곰이 생각해봤다.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지난 2024년, 대구는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K리그 1에서 11위에 그치며 강등 직전까지 내몰렸다.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던 대구는 이듬해에도 변함 없이 들쑥날쑥한 경기력으로 하위권을 전전하다 희망고문 끝에 최하위로 강등이 결정됐다. 이번 시즌 역시 당초 예상과 다르게 선두 경쟁에서 뒤쳐지면서 승격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출입기자이기 전에, 주주이자 팬의 입장에서 유쾌할 수가 없다. 수 년 동안 공휴일이든, 주말이든, 아랑곳 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팍으로 향하곤 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경기가 다가올 때면 기대보다 ‘오늘은 이길 수 있을까’라고 걱정부터 됐다. 외면하고 싶지만, 언제부터였는지 너무나 명백하다.
올해 대구의 상황은 다른 형태로 부정적이다. 올해 대구FC는 ‘성적’과 ‘수익’ 모두 낙제점이다. 성적에선 당초 우승후보로 예상되던 것과는 다르게 4위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자리한다. 수익 측면은 훨씬 심각하다. 구단은 올해 상반기 21억 원의 순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다. 단순 적자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구시민프로축구단의 매출은 5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간 63억1천만 원보다 6.5%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17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올해 23억 원의 영업손실로 전환됐다. 당기순손익도 15억 원 흑자에서 21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40억가량 악화된 것. 이 중 입장권 수입이 21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31% 감소했다. 이에 반해 선수단 운영원가는 32억 원에서 66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숫자만 늘어놓고 보면 지루하고 현학적이다. 하지만 현장은 직관적이다. 올해 대팍은 여느 때와 다르게 빈 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매진 역시 한 차례도 없었다. 평균 관중 1만명대도 붕괴됐다. 선수단 운영비가 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력과 결과는 기대치를 밑돈다.
더 큰 문제는 구단 수뇌부의 안일함이다. 최근 대구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강등 결정된 후 구단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대부분 매출과 수익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며 “2부로 강등이 됐는데도 너무 낙관적인 모습에 의아했다. 그들은 ‘우리 팬들은 이제 성적에 관계 없이 꾸준히 경기장을 찾는다’고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나를 ‘축알못’ 취급하며 웃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고 내게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단장은 외유성 아카데미 CEO과정에 다녀오며 구단을 또 다시 입방아에 오르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관례적인 출장이라고 항변했지만, 이전 단장 겸 대표이사가 해당 과정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상반된 기록이 나오며 빈축을 샀다. 이전 대구는 핵심 선수들을 판매하지 않으면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었다. 지금 대구는 기업 구단 못지 않은 운영비를 쓰면서도 성적과 수익 모두 악화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승격은커녕, 하위권 전전하면서 전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전의 대구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억지스럽지 않다. 아직도 2018년 FA컵(현 코리아컵) 결승 2차전과 이듬해 대팍에서 열린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현장에서 느낀 짜릿함과 전율이 생생하다. 관객석이 아닌 기자석에서 지켜본 유일한 AFC 주관 대회인 부리람과의 플레이오프 역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지금 잠시 어려운 시기를 겪을 뿐, 대구가 다시 당시의 강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운명은 시계 태엽을 더 돌려 2010년대 초중반의 대구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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