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 사회2부 차장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다.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 가뭄이 일상이 된 지금, 기후 대응은 환경정책을 넘어 국가 산업과 경제,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 역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정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가 기후정책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국립기후과학원’ 설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국립기후과학원은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하고 감축 정책을 검증하며 기후변화 예측과 적응기술을 연구하는 국가 기후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탄소중립 정책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산업계와 지방정부가 활용할 과학적 데이터를 생산하는 핵심 기관이다. 따라서 어디에 설립되느냐는 국가 기후정책의 방향성과 효율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이 같은 관점에서 경북도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다. 무엇보다 연구와 실증이 동시에 가능한 전국 유일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포항의 철강산업과 구미의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을 이끄는 핵심 산업인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이 가장 중요한 분야다. 탄소중립은 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연구실에서 완성될 수 없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북은 이러한 실증 기반을 가장 충실히 갖춘 지역이다.
여기에 원자력과 수소, 재생에너지까지 집적돼 있어 다양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연구하고 실험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도 마련돼 있다. 탄소중립은 특정 에너지원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 과제인 만큼, 다양한 에너지원을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후변화 적응 측면에서도 경북의 역할은 크다. 내륙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되고 동해안은 태풍과 집중호우 피해가 빈번하다. 산불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기후위기의 다양한 양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북은 기후재난 대응기술과 적응정책을 연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자연 실험실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산림이다. 경북은 전국 산림 면적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산림은 탄소를 흡수하는 가장 중요한 자연 기반 시설이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탄소배출 감축뿐 아니라 산림 흡수원 관리 능력까지 국가 경쟁력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산림자원이 풍부한 경북은 탄소흡수원 연구와 기후변화 영향 분석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입지 여건만으로 국가기관을 유치할 수는 없다. 결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과 지역사회의 준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경북도가 국립기후과학원 유치 타당성 연구용역을 통해 객관적인 논리를 마련한 것은 의미 있는 출발이다.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의 협의를 더욱 구체화하고 연구기관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부지와 청사, 연구 인프라, 정주 여건, 전문인력 확보 방안까지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계가 참여하는 기후기술 협력 네트워크 구축도 중요한 과제다. 국립기후과학원이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후 연구 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포항과 구미를 비롯한 지역 산업단지, 연구기관과 연계한 실증 프로젝트를 확대한다면 국가 연구기관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국립기후과학원 유치는 단순히 하나의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업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만들어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국가 전략이다. 산업과 에너지, 산림과 기후재난, 연구와 실증이 모두 가능한 경북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지역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연구용역 결과를 정책으로 연결하고 정부를 설득할 논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으며 지역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국립기후과학원이 경북에 둥지를 튼다면 이는 지역 발전을 넘어 대한민국 탄소중립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또 경북이 대한민국 기후과학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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