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네 차례 현장경영···오프라인 혁신 모델 직접 챙겨
미국서 AI 데이터센터 MOU···‘AI 커머스’ 앞세워 미래 성장판 확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스타필드 청라 건설 현장을 찾아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운영 전략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사진=신세계
| 스마트비즈 = 김선주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올해 들어 '현장'과 'AI'를 두 축으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주요 점포와 신사업 현장을 직접 누비며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추진 카드를 꺼내 들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전통 유통업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오프라인 공간 혁신과 AI 인프라 투자를 함께 밀어붙이며 '이마트 2.0'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가 보다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정 회장의 현장경영은 지난 1월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에서 시작됐다. 죽전점은 이마트 점포 가운데 처음으로 '스타필드 DNA'를 접목한 상징적 공간이다. 장보기 중심의 마트에서 벗어나 휴식과 체험,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한 체류형 매장으로 재편한 결과 매출과 방문객 수가 모두 증가했다.
정 회장은 이곳에서 "가장 빠르고 바른 답은 현장에 있다"며 새해 첫 메시지를 던졌다. 혼란스러운 유통 환경 속에서도 고객이 일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쇼핑 성지'가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조한 것이다.
같은 달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도 찾았다. 이곳은 기존처럼 차를 타고 찾아가는 복합쇼핑몰이 아니라, 주거지 가까이에서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지역밀착형 리테일 플랫폼이다.
정 회장이 신년사에서 내세운 '패러다임 시프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으로 꼽힌다. 그는 "고객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을 넘어 고객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6일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수산 매장에서 상품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올해 첫 현장 경영./사진=신세계
실제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은 개장 한 달여 만에 100만명이 찾았고, 방문객의 70% 이상이 인근 거주민일 정도로 빠르게 안착했다. 대형 복합쇼핑몰의 외연을 넓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의 일상으로 파고드는 방향으로 공간 전략을 전환하겠다는 뜻이 담긴 행보다.
2월에는 설 명절을 앞두고 트레이더스 인천 구월점을 찾았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구월점은 전국 최대 규모의 트레이더스로, 창고형 할인점의 진화된 모델로 평가받는다. 정 회장은 신선식품과 명절 선물세트, 노브랜드 매장과 식당가까지 꼼꼼히 둘러보며 매장 안전과 품질 관리를 재차 강조했다.
고객들로 북적이는 명절 대목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본업의 기본기를 챙긴 셈이다. 그는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계속 새 먹거리를 찾고 발전시켜야 한다며,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유통시장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결국 지속적인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3일에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조성 중인 스타필드 청라 공사 현장을 찾았다. 네 번째 현장경영이다. 스타필드 청라는 2만3000석 규모 멀티스타디움과 호텔, 쇼핑몰, 인피니티풀 등을 결합한 초대형 복합 레저테인먼트 공간으로 조성된다.
연면적은 약 15만평으로 스타필드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다. 정 회장은 야구장 관람석과 쇼핑몰 연결 구간 등을 직접 점검하며 설계와 안전, 고객 동선까지 세세하게 챙겼다. "우리의 미래를 대표할 또 하나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며 "세계 최고 품질을 갖춘 한국의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타필드 청라는 쇼핑몰을 넘어 스포츠와 레저,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신세계식 공간 전략의 집약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정 회장의 현장 행보는 점포 점검을 넘어, 그룹의 성장축을 어디에 둘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죽전점에서는 체류형 마트 모델을, 운정에서는 지역밀착형 플랫폼을, 구월점에서는 진화한 창고형 할인점을, 청라에서는 레저테인먼트형 복합공간을 각각 점검했다.
지난해부터 실적 턴어라운드 조짐이 나타난 상황에서 오프라인 경쟁력 회복의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의지도 짙다. 실제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225억원으로 전년 대비 584.8% 증가하며 흑자 전환했다.
현지시간 지난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 AI의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MOU’ 행사 협약식 사진. 협약식에는 (왼쪽부터) Ioannis Antonoglou 리플렉션 AI 공동창업자이자 현 CTO, Misha Laskin 리플렉션 AI 공동창업자이자 현 CEO,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사장)이 참석했다./사진=신세계
정 회장의 행보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난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AI 스타트업 리플렉션 AI와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인 250MW급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양사는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MOU를 체결했다. 정 회장은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AI 비전 실현에 기여할 수 있게 돼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 우리가 발표한 계획이 한국을 비롯해 AI가 주체적으로 발달돼야 한다고 믿는 많은 나라들에게 의미 있는 청사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참석해 힘을 실었다. 러트닉 장관은 "오늘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 AI가 맺은 파트너십은 한국 정부와 기업, 한국 고객들에게 놀라운 역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기업 간 협업을 넘어 한미 기술 협력의 상징적 사례라는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리플렉션 AI 측도 이번 협업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 AI 최고경영자(CEO)는 MOU 행사 전 "최근 리플렉션 AI가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을 냈는데, 그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100여 년 전 미국에서 태평양 너머 다른 국가에 처음으로 국제전화를 했던 곳"이라며 "100여 년 전 처음 전화로 미국과 다른 나라를 연결했던 것처럼, 오늘 발표하는 신세계그룹과의 AI 협업이 한국과 미국을 잇는 'AI 연결'의 상징적 사건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구상하는 그림은 데이터센터 건립에 그치지 않는다. 대형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와 맞춤형 AI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풀스택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이를 기존 유통 사업과 결합해 차별화된 AI 커머스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게다가 오랜 유통 업력을 통해 축적한 고객 접점 인프라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부터 결제, 배송까지 책임지는 AI 에이전트 커머스의 진화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리테일 사업 전반에 적용할 'AI 풀 스택'을 개발해 재고 효율 개선과 운영 최적화를 꾀하고, 보다 정교하고 빠른 배송 로지스틱을 구축해 미래 유통업에 최적화된 이마트 2.0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현장에선 고객 경험을 바꾸고, 기술에선 산업의 판을 넓히겠다는 구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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