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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현장+]빗장 풀린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공격적 사후 전략 시급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은 그간 디지털 지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면서 모빌리티, 지역 기반 광고 등 다양한 연관 서비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아직 자생력이 부족한 국내 공간기술 생태계의...

[현장+]빗장 풀린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공격적 사후 전략 시급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정밀지도 구글 반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정부가 최근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소모적인 찬반 논쟁을 넘어 반출 이후 실질적 리스크 관리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공격적 사후 전략으로 논의의 틀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구글이 반출된 지도 데이터를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문화 조항과 더불어 공간정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촘촘한 검증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 예상액 197조 카드, 타협 근거 삼아야"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 세미나실에서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국민의힘)과 권영진 국토교통위원회 의원(국민의힘) 주최로 '긴급진단 정밀지도 구글 반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이 현 정부에서 조건부 허가된 이후 처음 열린 국회 차원의 공개 논의 자리다.

이 자리에서 임시영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를 두고 벌였던 지지부진한 논의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조건부 반출 허용이라는 정책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를 우리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로 활용해 새로운 산업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예상 산업 피해액인 197조원은 반출을 막기 위한 방어적 논리였으나 이제는 이를 근거로 구글이 무엇을 해줄 것인지 요구하는 공격적 타협의 근거가 돼야 한다"며 "관광 산업의 이익과 공간정보 산업의 손실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것이 아니라 구글로부터 AI 기술 도입이나 신규 파이 창출을 이끌어 낼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글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 타임라인./생성형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또한 임 부연구위원은 조건부 허가 사항 중 하나인 국내 제휴 업체 선정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이 구글과의 파트너십을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 이해도가 높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반출 데이터의 통제 앵커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건안을 구체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구글과의 단순 합의를 넘어 강력한 법률 검토와 이행 강제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기업 문화와 전략을 이해하는 협상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국토부만의 문제라고 한정짓기에는 너무나 많은 의사 결정이 엮여 있는 만큼 실행 조직인 국토지리정보원을 청 단위로 격상하고 공간정보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출연연구원인 '국가공간정보연구원(가칭)'을 설립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구글 목적은 AI 파생 데이터…국내 사업자 역차별 막아야"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장은 "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면 국내외 사용자 정보를 학습해 1년 안에 자체 데이터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면서 "AI로 인한 파생데이터까지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 안보, 산업, 경쟁력, 데이터 주권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전략 자산으로 허용 여부보다 관리 체계가 더 중요하다"며 "보안시설 정보 관리 기준을 더욱 정교화하고 데이터 활용 범위와 서비스 범위에 대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 국내 데이터 서버 운영과 기술적 통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데이터 반출이 아니라 데이터 활용권의 해외 이전"이라며 "서버 위치가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의 가공·학습·재배포 권한이 해외 기관으로 이전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대표는 측량법 제26조의 국외 반출 금지 조항을 거론하며 "고정밀지도 데이터는 한 번 유출되면 회수 불가능한 비가역적 국가 자산으로 입법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반출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통령비서실, 국무총리비서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을 대상으로 고정밀지도 국외반출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 고정밀 지도 국외반출 심의·허가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법적 근거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며 "특히 국토지리정보원장 공석 상태에서 권한대행이 결정을 내린 과정과 민간위원 사퇴 이후 단기간 내 신규 위원이 위촉된 경위, 해외에서 접근 가능한 서비스가 국외반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가 이달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정밀지도 국외반출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를 했다고 밝힌 게시물./사진 제공=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SNS 캡처
해외 사업자의 경우 정부의 감독과 규제에서 자유로운 만큼 국내 사업자가 역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 회장은 "구글은 국내 기업과 달리 법인세를 지불하지 않고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상황으로 이는 명백히 불공정한 경쟁 조건"이라며 "이러한 경쟁 환경이 고착되면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피지컬 AI 등 공간정보산업 생태계가 해외 빅테크 중심으로 잠식돼 공간정보업계는 물론 국내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구글은 2018년 지도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사용료를 한 번에 10배 올린 전력이 있다"며 "반출된 지도 데이터가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결합하면 위치 기반 서비스 분야에서 구글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하고 국내 앱 기반 서비스가 구글 지도 API에 종속되면 탈출이 어려운 의존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정부를 대변해 참석한 김태형 국토교통부 공간정보제도 과장은 "반출 이후 형성될 산업 구조에 대해 업계·학계·정부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공간정보 산업 정책이 그 동안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간 정보와 AI를 결합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6월까지 수립 예정인 제4차 공간정보산업진흥 기본계획에 업계·학계와 소통하며 이런 내용을 담겠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도 우리나라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신청했지만 안보상 이유로 모두 반려당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약 20년 만에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손에 넣었다. 국가의 고정밀 지도를 해외 기업에 개방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업계에선 국내 지도 데이터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은 그간 디지털 지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면서 모빌리티, 지역 기반 광고 등 다양한 연관 서비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아직 자생력이 부족한 국내 공간기술 생태계의 주도권이 해외 사업자에게 넘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해외 사례에선 정부가 정밀 지도를 해외 기업에 개방한 뒤 자국 공간정보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경우도 있다.

프랑스는 데이터 개방 정책 시행 후 자국 기업인 매피가 경쟁력을 잃고 구글에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내줬다. 호주도 정부의 위성 데이터 공개 이후 로컬 지도 플랫폼 점유율이 구글에 역전 당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휴기업의 서버를 이용한다 해도 향후 문제가 생기면 구글이 책임지지 않고 제휴기업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1: 5000 수준의 고정밀 지도를 구현할 수 있는 국가는 다섯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로 전략 자산인데 AI 시대에 우리가 애써 만든 자산을 내주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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