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전력 수요 확대 새 성장축…중동 쇼크, 전기차 침투율 전망 상향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이 15일 서울시 서초구 엘타워 오르체홀에서 열린 글로벌 배터리 컨퍼런스 ‘NGBS 2026 (Next Generation Battery Seminar 2026)’에서 배터리 시장이 반등하며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사진 / 강민 기자)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전기차 캐즘으로 침체됐던 배터리 시장이 반등하며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터리 시장 새 성장축은 ESS(에너지저장장치)로 옮겨갔고,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력망 보강, 재생에너지 확산 같은 구조적 수요를 바탕으로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란전쟁 이후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EV(전기차) 경제성이 다시 주목받아 시장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SNE리서치가 15, 16일 양일간 서울 서초구 엘타워 오르체홀에서 연 글로벌 배터리 컨퍼런스 ‘NGBS 2026 (Next Generation Battery Seminar 2026)’에서 오익환 부사장은 “올해 전기차 시장은 작년 대비 큰 폭 성장이 쉽지 않고, 그 부족한 부분을 ESS가 메우는 상황”이라며 “AI시대 확대로 데이터센터용 UPS(무정전 전원공급장치) 시장이 커지고 있고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위해서는 자체 전력망과 ESS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 부사장은 SNE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글로벌 ESS 시장이 지난 2023년 185GWh에서 작년 307GWh, 올해 548GWh, 내년 807GWh로 성장하고 2035년에는 1447G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 규모도 지난 2023년 260억 달러에서 올해 540억 달러, 내년 910억 달러, 오는 2035년 197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ESS 수요는 그리드용이 452GWh로 성장을 주도하고, AI 데이터센터용 UPS도 15GWh에서 내년 47GWh, 2030년 184GWh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ESS 설치 확대가 배터리 시장 반등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사진 / 강민 기자)
오 부사장은 ESS 확대 국면에서 우리 기업 실익이 가장 크게 부각되는 지역으로 북미를 짚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ESS 수요는 올해 88GWh에서 내년 126GWh, 오는 2030년 214GWh, 2035년 291GWh로 커질 전망이다. 공급 구조도 바뀐다. 북미 ESS 시장은 중국산 수입 중심에서 현지 생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북미 수요가 작년 88GWh에서 올해 126GWh로 늘어나는 동안 중국산 공급은 78GWh에서 61GWh로 줄면서 현지 증설에 나선 한국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배터리 3사 북미 ESS 생산능력도 올해 66GWh에서 2027년 179GWh, 2035년 304GWh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지역에서도 새로운 규제가 변수로 떠오르며 한국 기업에 유리한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봤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4일 산업가속화법(IAA)을 발표하고, 특정 국가가 글로벌 생산능력 40% 이상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해당국 기업이 1억 유로 이상 투자하면 지분을 49% 이하로 제한하는 해외직접투자(FDI) 요건을 담았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즉시 주요 컴포넌트 3개 이상을 EU산으로 맞춰야 하고, 3년 뒤에는 셀·양극재·BMS를 포함한 5개 이상으로 요건이 강화된다. 이 규제로 중국 기업의 유럽 진입 문턱이 높아졌고 이미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 시장은 고유가가 회복 속도를 당길 수 있다고 했다. 오 부사장은 SNE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스포티지 1.6T 가솔린과 EV5 스탠다드를 비교한 결과, 유가가 리터당 1600원일 때 전기차 가격 회수 기간은 2.01년, 2000원일 때 1.47년, 2400원일 때 1.15년으로 짧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전망도 상향됐다. 전쟁 이전 전망은 2030년 43%, 2035년 67%였지만, 고유가 시나리오를 반영한 수정 전망은 2030년 52%, 2035년 85%로 높아졌다.
오 부사장은 “배터리 시장 회복 선두는 ESS가 맡고 있지만, 유가 상승이 길어질 경우 EV도 후행적으로 회복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오 부사장은 원자재 가격 회복도 업황 반등 근거로 제시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메탈과 탄산리튬 가격 반등으로 양극재·전해액·배터리 판가가 오르고 매출도 확대를 전망했다. 실제 탄산리튬 가격은 작년 9.5달러/kg에서 올해 22.0달러/kg으로, 코발트는 34.3달러/kg에서 55.1달러/kg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니켈도 같은 기간 15.2달러/kg에서 17.4달러/kg으로 상승 전망이 제시됐다. 제품 판가와 물량, 수익성이 함께 개선되는 ‘트리플 턴’ 구간에 진입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배터리 시장 회복세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AI(인공지능)가 배터리 기업 경쟁력 변수로 제시됐다. 오 부사장은 AI를 적용할 경우 EV용 셀 개발기간이 기존 59.5개월에서 42.3개월로 17.2개월(29%) 단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행개발 단계는 25개월에서 14.88개월로, 셀 개발 단계는 12.23개월에서 9.17개월로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했다. 오 부사장은 한국 배터리 3사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AI를 활용한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경쟁은 생산능력만이 아니라 개발 속도와 상용화 속도에서도 차이가 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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