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는 대규모 요구안을 확정했다. 앞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서 촉발된 대기업 노동조합의 거액 성과급 요구 경쟁이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최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금 교섭 요구안을 확정했다. 핵심 쟁점은 단연 성과급이다. 노조는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되, 이를 정규직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10조 3648억 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무려 3조 1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와 함께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 상여금 800% 확대, 정년 연장 등의 내용도 요구안에 담았다. 이에 대해 현대차 사측은 순이익 30% 지급은 합의된 기준이 아니며, 매년 경영 상황을 고려해 일시금과 주식을 지급하는 형태로 타결해 왔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대규모 성과급 요구는 최근 IT·반도체 업계를 휩쓴 '보상 눈높이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PS)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50조 원) 달성 시 무려 5조 원이 성과급으로 풀리게 된다.
이 합의는 즉각 경쟁사인 삼성전자로 불똥이 튀었다. 창사 이래 첫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에 적용하면 무려 45조 원 규모에 달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투명한 제도화를 요구했으나 회사가 일회성 답변만 하고 있다"며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을 진행해 사측에 최소 20조~30조 원 규모의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압박했다.
파업 위기감이 고조되자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수원지법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반도체 생산라인 점거를 막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한 인사노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명확한 성과급 '계산식'을 먼저 정리해 갈등 비용을 줄였다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아직 그 기준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셈"이라며 "이제는 단순히 성과급을 많이 주는 것을 넘어, 기준을 납득 가능하게 설명하고 제도화하는 회사가 노사관계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SK하이닉스가 쏘아 올린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삼성전자를 거쳐 현대차의 '순이익 30%' 요구로 번지면서, 올해 대기업 노사 교섭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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