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회 의안과에 각각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왼쪽 사진은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왼쪽부터),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 최은석 원내부대표가 '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는 모습.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왼쪽부터),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는 모습.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초유의 대규모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요구하는 정국 분수령으로 부상했다. 여야는 8일 일제히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참정권 침해에 대한 진상 규명에 착수했다. 정치권에서는 특별검사 도입과 선관위 권한 조정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까지 거론되며 파장이 헌정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각각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는 헌정사상 최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161명 전원 명의로 제출한 요구서에서 투표용지 인쇄 수량 산정 기준의 위법·부실 여부와 현장 대응의 적정성을 조사 범위로 명시했다. 특히 민주당은 선관위가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독립 헌법기관으로 보장받으며 감사원의 직무감찰 등 외부 감시 공백 속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의원 110명 전원이 서명한 국조 요구서를 당론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참정권 침해 규모 전수조사와 선거 효력 문제는 물론 투표함 반출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대응, 투표 종료 전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 경위까지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지도부는 국정조사를 넘어 특검 도입의 필요성에도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세부 각론에서는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예고됐다. 국민의힘은 여야 9명씩 동수로 국조특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는 “민주당 마음대로 증인을 거르는 국정조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야당이 추천하는 제대로 된 ‘국민 특검’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의석 비율에 따른 위원 배분을 요구하는 한편 국민의힘 일각에서 요구하는 대통령실 및 청와대의 국조 대상 포함에 대해선 “사안을 정쟁화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의 사후 구제책을 둘러싼 여야, 그리고 당내 계파 간 이견은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당권파는 “국민의 요구는 전면 재선거”라며 공세를 높였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서울시장 선거 무효소송 전 단계인 선거 소청을 개인 자격으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 비당권파인 김재섭 의원은 서울시장 재선거에는 반대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고 나경원 의원은 현행법상 재선거가 어려운 구조를 지적하며 향후 소급 적용이 가능한 선거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재선거 여부는 정치권이 임의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법원의 소송 절차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선별적 재선거’라는 독자 노선을 취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선관위 보고 결과 실제 투표 차질이 발생한 곳은 전국 22개 투표소”라며 “참정권이 침해된 지역에 한해서만 선별적으로 재선거를 치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히고 서울동부지법에 증거보전신청서를 제출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선관위를 겨냥한 국정조사와 특검, 개헌 논의가 동시에 테이블에 오른 만큼 여야가 구체적인 국조 계획서 성안과 선거법 개정 방향을 놓고 벌일 협상 과정에서 극한의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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