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국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
신사회계약으로서 ‘기본 사회’ 추진하고
개인 회복탄력성, 미래적응력 키워 내야
편집자주
사회학자의 관점에서 지구적·한국적 차원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흐름을 읽어보려고 한다. 우리 시대에 대한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진단에 기반하여 우리 사회의 갈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말이다. 언어를 통해 우리는 느끼며 생각한다. 그 정서와 이성을 바탕으로 행동한다. 우리 인간이 거주하고 싶은 언어는 뭘까. 많은 이가 ‘행복’을 들지 않을까. 짧지 않은 인생에서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간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등이 19일 ‘세계행복보고서 2026’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행복점수 6.040(만점 10)으로 67위를 기록했다. 2024년의 52위, 2025년의 58위에서 점점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보고서는 2023~2025년 세계 147개국에서 실시한 설문과 통계자료를 활용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 자유, 관용, 부패 인식 등을 반영하고, 해당 국민들이 매긴 삶의 만족도를 담고 있다. 핀란드·아이슬란드·덴마크가 1위, 2위, 3위를, 미국·일본·중국은 23위, 61위, 65위를 차지했다.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모범 국가로 평가돼 왔다. 그런데 국가는 성공한 반면 국민 다수는 정작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괴리가 존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노인빈곤율, 점점 심화되는 개인적 고립과 마음의 빈곤은 국민행복의 현주소를 증거한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다. 불행의 배경을 이루는 것은 두 겹의 두려움이다. 하나가 물질적·정신적 곤경에서 오는 오래된 두려움이라면,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혁명에서 비롯된 새로운 두려움이다. 특히 만개하는 인공지능(AI) 시대로부터의 ‘소외됨의 두려움(FOMO·Fear of Missing Out)’과 ‘쓸모없어짐의 두려움(FOBO·Fear of Becoming Obsolete)’은 새로운 무력감을 안겨준다. 이 번져가는 두려움과 무력감 속에 불안과 공포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초상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국가비전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다. 국민행복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 기반해 경제적 생활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더하여 고립 예방을 포함한 튼튼한 사회적 연결을 핵심 공공재로 삼아야 한다. AI 시대에의 능동적인 대응 또한 시급하다. 노동 소멸의 위협과 마주해 국민 모두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으로써의 ‘기본사회’를 추진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 할 만하다.
세대와 분야에 따른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과제다. 고령세대의 경우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Aging in Place)’ 등의 밀착형 돌봄망을 구축하고, 청년세대의 경우 AI 시대에 걸맞은 교육개혁과 직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나아가 ‘외로움의 시대’에 맞서 정신건강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문화의 힘’에 바탕한 경청과 공감의 공동체적 시민문화를 배양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에 병행해 개인들은 시대적 변화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과 미래적응력을 키워내야 한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고/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지각(知覺)-행복의 얼굴’). 시인 김현승이 노래한 행복의 경로다. 행복의 물질적·정신적 조건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국가와 개인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행복 담론과 정책이 활발히 토론되고 모색되길 나는 소망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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