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네기연구소팀, 양자 시뮬레이션으로 분석
수소 원자, 나선형 경로 따라 이동 징후 포착
극한 압력·온도에서 '준1차원 초이온 상태' 형성
지구와 다른 비대칭적 자기장 새 설명 가능성도
"이 연구, 차세대 반도체-에너지 소재 산업 영향 줄 수도"
[초이스경제 고계연 기자] 태양계의 거대 얼음 행성 내부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우주 매체 데일리갤럭시는 "천왕성과 해왕성 깊숙한 곳에서 수소가 나선형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비정상적인 물질 상태의 징후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탄화수소(CH)가 극한 압력·온도 조건에서 '준1차원 초이온 상태'를 형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비영리 기초과학 연구기관 카네기연구소의 콩 류와 로널드 코헨이 이끈 연구 결과는 지난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양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탄화수소의 거동을 분석했다. 천왕성·해왕성 내부의 극한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지구 대기압의 500~3000배 기가파스칼(약 500만~3000만배) 압력과 섭씨 약 2200~3300도 온도 조건에서 실험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 격자 구조를 형성하고, 수소 원자들이 나선형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구조가 확인됐다. 이것이 바로 '준1차원 초이온 상태'다. 초이온 물질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로, 한 종류의 원자는 결정 구조에 고정된 채 다른 종류는 그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코헨 연구원은 "이번에 예측된 탄소-수소 상(相)은 수소의 운동이 완전한 3차원이 아니라 탄소 구조 속에 내재된 나선형 경로를 따라 특정 방향으로만 일어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탄소-수소 상은 극한 조건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물질 단계로 원자 운동이 강한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이번 발견은 행성과학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수소의 방향성 있는 운동은 행성 내부의 열·전기 전도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에너지 분포와 자기장 형성 방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천왕성·해왕성의 자기장이 지구와 달리 비대칭적이고 복잡한 구조를 보이는 이유를 이 새로운 물질 상태로 설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당 연구는 단순한 화학 시스템도 극한 조건에서 예상치 못한 복잡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류 연구원은 "탄소와 수소는 행성 물질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 중 하나지만, 거대 행성 조건에서 이들의 결합 거동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 연구 성과는 6000개 이상 확인된 외계행성의 내부 구조를 이해하는 데도 새로운 시각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발견은 행성과학을 넘어 재료공학·소재 개발 분야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특정 방향으로만 전기나 열이 흐르는 '이방성(異方性)' 물질은 차세대 반도체·에너지 소재 개발에 활용될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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