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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항만, 재생에너지 계통 포화 돌파구 될까

제주와 전남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한과 계통 포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항만을 청정전력의 전략적 수요처이자 에너지 허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항만, 재생에너지 계통 포화 돌파구 될까

제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국가 평균의 약 2배인 20% 수준까지 높였지만, 전력계통의 유연성 부족과 화력발전 최소출력 제약 등으로 출력제한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제주와 전남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한과 계통 포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항만을 청정전력의 전략적 수요처이자 에너지 허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항만 전기화와 전기선박 확대를 지역 재생에너지와 연결하고, 목포–제주 구간을 국내 첫 녹색해운항로로 지정해 계통 병목과 해운 탈탄소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Pacific Environment(태평양환경재단)와 에너지전환포럼, 에너지시민연대는 24일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열린 2026 제주포럼에서 ‘지역의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모두를 위한 항만과 바다’ 세션을 열고 항만·해운 탈탄소와 지역 재생에너지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이 송전망 부족과 계통 수용 한계로 제때 소비되지 못하고 있다며, 항만을 대규모 전력 수요처로 전환하면 출력제한을 줄이는 동시에 친환경 선박 전환과 지역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해운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추가 감축 조치가 없을 경우 2050년 배출량이 2008년보다 최대 130%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해운 탈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해운·조선 강국인 한국도 항만과 선박의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유식 해상풍력 총조립 Ship Yard 사례 /자료제공=에너지전환포럼

출력제한에 막힌 청정전력··· 항만을 지역 수요처로

제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국가 평균의 약 2배인 20% 수준까지 높였지만, 전력계통의 유연성 부족과 화력발전 최소출력 제약 등으로 출력제한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보유한 전남에서도 같은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2025년 출력제어로 발생한 추정 손실액은 전력 손실 48억원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손실 28억원 등 총 76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100GW를 확보하고, 2035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의 35%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송전망 혼잡과 제한된 계통 수용 능력이 해소되지 않으면 신규 사업과 전력망 연계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포럼에서는 이러한 병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항만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정박 선박에 전력을 공급하는 육상전원공급장치(AMP)와 항만 하역장비 전동화, 전기선박 충전시설 등을 확대하면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항만에서 직접 소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미경 태평양환경재단 한국 국장은 항만을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전략적 수요처이자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에너지 허브로 규정했다. 다만 항만 전동화에 화석연료 기반 전력을 사용한다면 배출원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데 그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연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려면 생산 지역과 소비 지역의 불일치를 줄이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영환 제주특별자치도 에너지특보는 송배전 선로의 계통 포화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생산지에서 전력을 직접 소비하는 ‘에너지 지산지소’와 수요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항만·해운 부문은 전력 소비 규모가 크고 친환경 연료와 선박 전환 수요도 높아 지역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적합한 수요처로 평가됐다. 항만을 중심으로 전력과 수소·암모니아 생산, 저장, 공급 기반을 구축하면 해운 탈탄소와 지역 에너지산업을 함께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범 국회의원은 제주의 재생에너지를 항만 전기화와 친환경 선박에 연계하면 제주가 해운·항만 탈탄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대림 국회의원도 제주가 추진해 온 탄소 없는 섬(CFI)과 그린수소 생태계를 토대로 잉여 재생에너지를 수소·암모니아 생산과 해양 탈탄소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포-제주 녹색해운항로(Green Corridor) /자료제공=에너지전환포럼

목포–제주 녹색해운항로, 기술 넘어 정책 실행으로

항만 전기화와 함께 목포–제주 구간을 국내 첫 녹색해운항로로 지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녹색해운항로는 특정 항로에서 친환경 선박과 청정연료, 항만 인프라를 연계해 해운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사업이다.

제주는 재생에너지 생산과 해양 물류가 교차하고 전남은 대규모 해상풍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 두 지역을 연결하는 항로가 국내 녹색해운 실증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조현진 태평양환경재단 해운항만 담당은 정박 중인 선박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AMP 확충을 제시했다. 목포–제주 구간을 녹색해운항로로 지정해 재생에너지 기반 항만 전력과 친환경 선박을 단계적으로 연결하면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추진 연안선박 기술은 이미 실증 단계를 넘어섰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충전 기반과 지원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영식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친환경연료추진연구센터장은 국내 전기추진 차도선의 기술적 검증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며, 충전시설 투자와 운항사업자 인센티브가 함께 마련돼야 실제 운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기선박이 사용하는 전력의 생산 방식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전기추진 선박이 화석연료로 생산한 전력을 공급받을 경우 운항 과정의 직접배출은 줄어도 전체 탈탄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기반 항만 전동화와 전기선박 보급을 하나의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제주와 전남 간 초광역 협력 필요성도 강조됐다. 두 지역 모두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크지만 계통 포화와 출력제한으로 보급이 제약되고 있어, 송·변전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항만 인프라를 연계한 공동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4일 열린 2026 제주포럼 ‘지역의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모두를 위한 항만과 바다’ 세션 /사진제공=에너지전환포럼

윤영삼 전라남도 해상풍력사업팀장은 전남·광주 통합시 특별법에 재생에너지 계통 포화 해소를 위한 국가지원 특례가 반영된 만큼, 송·변전망과 ESS 확충을 항만·해운 분야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참여와 이익공유도 주요 조건으로 제시됐다. 김정도 기후자원정의센터 사무국장은 지역의 역할과 우려가 정책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장기적인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공공성과 이익공유가 빠진 전환 정책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현주 태평양환경재단 아시아캠페인디렉터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항만·해운 탈탄소 기술이 이미 현장 적용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앞으로는 기술 개발보다 정책 우선순위와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중앙정부와 민선 9기 지방정부가 항만 전동화, 전기선박 충전시설, 녹색해운항로 지정, 제주·전남 초광역 협력 등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 항만과 산업에서 소비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출력제한을 줄이고 해운 탈탄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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