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동탄역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량은 가격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매수자가 움직이고, 가격 부담과 불확실성이 커지면 거래부터 줄어든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주택 가격이 높은 수준에 도달한 시장에서는 모든 지역이 함께 오르거나 내리기보다 수요가 몰리는 곳과 숨 고르는 곳이 뚜렷하게 갈린다. 올해 서울·경기 아파트 매매 시장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지난해와 올해 1~3분기 서울·경기 지역별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집계 기준)을 비교하면 전체 거래는 늘었지만 증가세는 서울과 경기에서 정반대로 나타났다. 서울·경기 전체 거래량은 16만 2672건에서 17만 7270건으로 9% 증가했다. 하지만 서울은 6만 660건에서 5만 2044건으로 14.2% 감소한 반면 경기는 10만 2012건에서 12만 5226건으로 22.8% 증가했다. 수도권 거래 시장의 무게중심이 서울에서 경기로 이동하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다만 거래량 증가가 집값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거래량은 가격 수준뿐 아니라 매물의 양, 매수자의 자금 사정, 지역 내 주택 재고와 개별 단지의 거래 여건에 영향을 받는다. 이 거래량 증감은 어느 지역의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라기보다, 실제 매수자들이 어느 지역에서 매매를 실행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 읽어야 한다.
◇ 강남 줄고 노원·도봉 늘어…가격 접근성이 수요 갈라
서울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자치구는 노원구였다. 지난해 1~3분기 4065건이던 거래가 올해 같은 기간 6192건으로 52.3% 증가했다. 도봉구는 1394건에서 2311건으로 65.8%, 중랑구는 1484건에서 2351건으로 58.4% 늘었다. 강서구와 구로구도 각각 7.8%, 24.1% 증가했다. 반면 성동구는 3590건에서 1123건으로 68.7% 감소했고, 마포구는 57.3%, 강남구는 38.5% 줄었다. 서초구와 송파구 역시 각각 30.4%, 20.6% 감소했다.
이런 차이를 설명하는 첫 번째 요인은 가격 부담과 대출 여력이다. 서울 핵심 지역의 주택 가격이 높아질수록 매수자는 대출 한도와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고려해 구매 가능한 주택의 범위를 좁힐 수밖에 없다.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자기자본이 충분한 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에서는 실수요자가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선택지가 더 넓다. 노원·도봉·중랑의 거래 증가는 이런 가격 접근성과 실수요 기반이 작동한 결과다.
성동·마포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거래 감소를 주거 선호도 하락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는 매수자가 감당해야 할 자금 규모가 커지고, 매도자는 기존 시세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매수·매도자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와 가격에 대한 피로감이 겹치면 매수 대기 수요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거래량 감소가 곧 가격 하락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가격 수준에서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워졌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 동탄·남양주·기흥, 경기권역 거래 주도
경기도에서는 올해 거래 증가가 두드러졌다. 화성시 동탄구는 4227건에서 7359건으로 74.1% 증가해 조사 지역 가운데 거래 증가 건수가 가장 많았다. 남양주시는 4853건에서 7493건으로 54.4% 늘었고, 용인시 기흥구는 3643건에서 5752건으로 57.9% 증가했다. 수원시 권선구는 71.9%, 군포시는 88.6%, 부천시 원미구는 66.2%, 구리시는 94.7% 늘었다. 평택시도 4609건에서 5973건으로 29.6% 증가했다.
경기 지역 거래 증가는 서울보다 낮은 가격대에서 주택을 마련하려는 수요와 서울 접근성, 지역 내 일자리 및 교통 여건이 결합한 결과다. 서울에서 원하는 면적과 입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수요자에게 경기 주요 도시의 아파트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동탄·기흥 등 경기 남부권은 광역교통망과 반도체 등 산업 기반에 대한 기대가 매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남양주·구리 등은 서울 접근성과 생활권 연계가 강점이다. 군포·부천·수원 권선구 등도 규제 회피에 따른 수요 이동과 양호한 주거 환경을 바탕으로 실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경기 지역이 같은 흐름을 보인 것은 아니다. 성남시 분당구 거래량은 5455건에서 3140건으로 42.4% 감소했고, 용인시 수지구는 15.5%, 하남시는 25.3%, 광명시는 18.3% 줄었다. 이들 지역 역시 서울 접근성과 주거 선호도가 높지만, 단기 가격 급등과 규제 지역 지정 여파로 전년 동기보다 거래가 줄었다.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와 현재 가격에 대한 부담 사이에서 매수자의 의사결정이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시장을 전망할 때도 거래량의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증가 배경을 구분해야 한다. 거래가 늘어도 매물이 충분하고 매수자가 가격 협상력을 갖는다면 가격 상승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가 집중되면 거래량이 많지 않아도 일부 단지의 가격은 오를 수 있다.
서울은 고가 주택의 자금 부담과 대출 규제가 가격 상승의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공급이 부족하고 입지 경쟁력이 확실한 지역은 거래가 줄어도 가격이 쉽게 조정되지 않을 수 있다. 상대적 중저가 지역 역시 대출 접근성이 강점이지만, 거래 증가가 지속되면서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 그 장점이 약해질 수 있다.
경기에서는 서울과의 접근성, 광역교통망의 실제 개선 여부, 일자리 기반, 입주 물량과 전세 시장 여건이 지역별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다. 교통 호재 발표보다 실제 이용 가능성과 통근 편의 개선이 중요하고, 산업단지 개발 기대도 실제 고용과 주거 수요로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매수자에게 필요한 전략은 분명하다. 거래량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지역을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실거래 가격의 흐름과 매물 변화, 전세가율, 입주 물량, 대출 상환 능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 거래가 감소한 지역 역시 무조건 피할 대상은 아니다. 가격 조정이 충분하고 입지와 수요 기반이 견고하다면 거래 위축이 오히려 매수 협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거래 감소가 구조적인 수요 약화에서 비롯된 것인지, 일시적인 자금 부담 때문인지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올해 서울·경기 아파트 거래 시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수요가 실제로 움직이는 지역과 그 이유를 읽어야 한다. 가격이 비싸도 수요가 버티는 곳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해도 매수자가 움직이지 않는 곳이 있다. 가격 경쟁력과 입지, 일자리와 교통, 실수요 기반을 갖춘 곳으로 자금이 모인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리서치랩장(2024.03.04~재직중)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발전자문위원회 위원 위촉(2023.06.29~2024.06.28)
▲전 ㈜직방 빅데이터랩장(2018.4~2024.02.20)
▲전 서울시 지방세 세수추계 자문위원(2022.6~2023.12)
▲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2012.11~2018.3)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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