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한컴, AI 기업으로 새 출발...36년 성공 공식 스스로 깼다

빅테크 클라우드에 맡기지 않으려는 '주권화(Sovereign)'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에... 김 대표는 "빅테크가 가장 들어오기 어려운 영역이 바로 데이터 주권 시장"이라며 "하지만 시장 규모는 매우...

한컴, AI 기업으로 새 출발...36년 성공 공식 스스로 깼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한컴이 창사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선언했다. 단순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업 이미지를 벗고 데이터 '소버린 에이전틱 운영체제(Sovereign Agentic OS)' 기업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겠다는 것이다. 회사 이름도 36년간 사용해온 '한글과컴퓨터'를 버리고 '한컴(HANCOM)'으로 바꾼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전략 발표회 'HANCOM : THE SHIFT'에서 "오늘 한컴은 36년간 지켜온 사명과 '성공 문법'을 우리 손으로 파기한다"며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 이것이 앞으로 한컴을 36년간 이끌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수 한컴 대표/사진=회사

소버린 에이전틱 OS는 조직 내부의 데이터와 외부 AI 모델, 기존 업무 시스템 및 권한 체계를 하나의 안전한 환경에서 연결하고 통제하는 통합 AI 에이전트 운영체제다.

쉽게 말해 기업이나 공공기관 내부 데이터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으면서 AI 에이전트들이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종의 'AI 운영체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김 대표는 현재 글로벌 AI 시장이 두 가지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는 AI가 사람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트화(Agentic)'이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를 외부 빅테크 클라우드에 맡기지 않으려는 '주권화(Sovereign)'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에 무방비로 위임할 수 없는 공공·국방·금융·헬스케어 부문이 핵심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공공·금융·국방·헬스케어 분야는 데이터를 해외 클라우드에 무작정 맡길 수 없다"며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데이터 주권이 규제와 법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인공지능법(AI Act)을 통해 AI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위반 시 글로벌 매출의 최대 7% 수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높다. 한컴은 이런 흐름 속에서 데이터 통제와 보안을 보장할 수 있는 AI 운영체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빅테크가 가장 들어오기 어려운 영역이 바로 데이터 주권 시장"이라며 "하지만 시장 규모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에이전틱 AI 시장은 작년 70억 달러(약 11조원)에서 2032년 932억 달러(141조원)로 1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토대로 한컴이 추산한 2030년 소버린 에이전틱 OS의 글로벌 유효시장(SAM) 규모는 약 70억~100억 달러(11~15조원)에 달한다.

김 대표의 자신감 배경에는 실적이 있다. 김 대표는 "한컴은 준비 중인 AI 회사가 아니라 이미 AI로 돈을 버는 회사"라며 "AI 비전을 말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이미 AI로 실적을 만들어내고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한컴은 이날 창사 이래 처음으로 AI 매출 실적 등 구체적인 사업 성과를 시장에 공개했다. 한컴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1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이 가운데 AI 매출 증가 기여도가 절반이 넘는 54.6%를 차지했다. 지난해 AI 패키지 매출은 약 89억원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성장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올해 1분기 AI 매출은 5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1.21%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AI 매출 비중이 사실상 0% 수준(0.04%)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가파른 성장이다.

한컴은 특히 'AI 사업을 하면서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AI 사업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도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지만 한컴은 기존 고객 기반 위에 AI 패키지를 추가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신규 고객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대신 기존 고객들에게 AI 기능을 붙여 고객당 매출(ARPU)을 높이는 전략이라는 얘기다.

실제 한컴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9% 수준이었다. AI 투자 확대에도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는 의미다.

한컴은 현재 약 20만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금융사 등 보안 민감도가 높은 고객 비중이 매우 높다. 회사 측에 따르면 중앙부처와 시도교육청은 사실상 100% 한컴 고객이다. 금융·보안 민감 산업 고객도 1500개 이상이다.

김 대표는 "이 고객들은 이미 수십 년간 한컴 환경에서 업무를 해온 곳들"이라며 "AI 에이전트 사업이 시작되면 가장 빠르게 안착할 수 있는 확정 수요처"라고 말했다.

실제 AI 제품 침투 속도도 빠르다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한컴 도매(B2B) 고객 가운데 AI 패키지를 실제 도입한 비율은 4.2%였다.

김 대표는 "출시 1년도 안 된 제품 기준으로 글로벌 빅테크 AI 제품 전환율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특히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고객 가운데 절반 이상이 AI 패키지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한컴은 4가지 강력한 해자(MOAT)를 무기로 다음 무대인 소버린 에이전틱 OS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36년간 축적한 데이터 원천 기술 ▲AX(AI 전환) 임상 데이터 ▲20만 고객 자산 ▲개방형 AX 표준 아키텍처가 그것이다.

특히 한컴은 이날 자신들의 가장 큰 무기로 '문서 데이터'를 내세웠다.

김 대표는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결국 문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컴은 36년 동안 문서를 다뤄온 회사"라고 강조했다.

핵심 기술로는 오픈소스 기반 문서 처리 기술인 '오픈데이터로더(ODL)'를 소개했다. ODL은 PDF 같은 비정형 문서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화 데이터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한컴은 지난해 ODL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올해 공개한 ODL 2.0은 읽기 순서, 표 추출, 헤딩 인식 등 주요 벤치마크에서 글로벌 경쟁 제품들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AI 개발자들이 문서 데이터 추출 툴을 찾으면 'ODL을 쓰라'는 답이 나올 정도"라며 "이 기술이 글로벌 진출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컴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에는 뛰어들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대신 고객이 원하는 AI 모델을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는 'LLM 비종속 아키텍처(LLM Agnostic)'를 택했다. 이는 미국 팔란티어(Palantir)의 구조와 본질적으로 같다는 설명이다. 팔란티어는 자체 LLM 없이 데이터 통합 플랫폼·온톨로지·에이전트 플랫폼의 결합으로 LLM의 '위와 아래'를 책임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김 대표는 "한컴이 정의하는 '소버린'이란 단순한 외부망 단절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최적의 AI 모델과 시스템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완벽한 '주권'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데이터·보안·거버넌스·실행 환경을 통합 제공하는 구조로 가겠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첫 공략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은 GDPR과 AI Act 등 규제가 가장 빠르게 강화되는 시장이다. 한컴은 현재 프랑스·폴란드 등 유럽 현지 기업 3곳과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프랑스·폴란드 정부 공인 하이테크 R&D 기업과는 이미 MOU를 체결했다. 또 글로벌 기술 그룹 산하 AI·데이터 전문 SI 기업과도 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유럽 기업들이 한컴의 온프레미스 구조와 데이터 주권 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6월 안에 일부 계약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사명 변경 발표였다. 김 대표는 "한글과컴퓨터는 한국 디지털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름"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 한컴이 다루는 영역은 한글을 넘어 데이터로, 컴퓨터를 넘어 AI 에이전트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컴오피스 2024'를 마지막으로 기존 연식제(Year Edition) 방식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는 AI 기능이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플랫폼 형태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AI 시대에는 2~3년마다 새 버전을 내는 방식이 더 이상 맞지 않는다"며 "AI 기능이 진화하는 순간 즉시 고객에게 제공하는 구조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한컴은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며 "이번 변화가 앞으로 한컴의 새로운 36년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컴위드도 이날 함께 열린 전략 발표에서 디지털 금융과 양자보안, AI 인증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보안 사업 청사진을 공개했다.

송상엽 한컴위드 대표/사진=회사

송상엽 한컴위드 대표는 "디지털 자산과 양자보안, AI 인증은 데이터 중심 시대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보안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한컴위드는 우선 실물자산 토큰화(RWA) 플랫폼 '온토리움(Ontorium)'을 공개했다.

온토리움은 실물 금과 연동되는 골드 토큰 'OXAU'를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가 테더(USDT)나 서클(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으로 OXAU를 구매하면, 회사 측이 실제 LBMA 인증 금을 매입해 연동하는 구조다.

송 대표는 "실물 금의 시리얼 번호까지 연결해 관리하고, 정기적인 리저브 검증 체계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컴위드는 향후 금뿐 아니라 은, 채권, 미술품, 부동산 등 다양한 실물자산으로 토큰화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OXAU를 활용한 예치·대출 플랫폼 '아쿠아(Aqua)'와 결제·자산 운용 플랫폼 '플로트(Float)'를 연계해 웹3 기반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회사는 현재 온토리움과 아쿠아는 글로벌 출시를 완료했으며, 플로트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일정에 맞춰 올해 하반기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양자보안 사업도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한컴위드는 국가 양자내성암호(PQC) 전환 로드맵에 맞춰 관련 보안 솔루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송 대표는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현실화되면 현재 암호체계는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이미 글로벌 보안 업계에서는 '지금 데이터를 훔쳐 저장해 두었다가 미래 양자컴퓨터로 해독하는' HNDL(Harvest Now, Decrypt Later)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컴위드는 드론·인공위성 같은 저사양 임베디드 기기용 경량 암호모듈 개발도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특히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에 사용되는 ECC 암호체계 역시 양자컴퓨터 시대에는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자사 디지털 금융 플랫폼에도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AI 인증 사업도 공개됐다. 한컴위드는 얼굴 기반 생체인증 '한컴 오스(Auth)', 음성 인증 솔루션 '스피키(SPEEKEY)', 무자각 지속 인증 솔루션 '한컴 엑스씨오스(xCAuth)' 등 3종 솔루션을 소개했다.

특히 AI 딥페이크 공격 대응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송 대표는 "최근 금융앱 얼굴 인증이 종이 사진으로 뚫리는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며 "AI 기반 위·변조 공격이 고도화되는 만큼 라이브니스(Liveness) 검증 기술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 인증 솔루션 스피키는 실제 사용자 음성과 딥보이스를 동시에 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무자각 지속 인증 기술은 사용자의 키보드 입력, 행동 패턴, 주변 환경 정보 등을 AI가 분석해 별도 인증 절차 없이도 지속적으로 사용자 신뢰도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송 대표는 "보안 시장은 보안성을 높일수록 사용자 불편도 커지는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한다"며 "제로트러스트 환경에서도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