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인도 국빈 방문... 철강 조선 모빌리티 에너지 등 분야서 협력 약속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이 양국 경제 협력의 ‘질적 전환’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 수출 확대를 넘어 현지 생산, 기술 이전, 공동 투자까지 포함하는 전방위 협력 구도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재계에 따르면 이번 포럼에는 한국과 인도 기업인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철강·조선·모빌리티·에너지·플랫폼·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에서 20건 이상의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특히 수조 원대 투자와 합작법인(JV) 설립을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가 다수 포함되며 ‘메가딜’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철강 분야다. 포스코홀딩스는 인도 1위 철강사 JSW 그룹과 약 72억9000만 달러(약 10조7000억원) 규모의 일관제철소 합작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원료 조달부터 생산·가공·판매까지 인도 내에서 일괄 수행하는 구조로 설계될 전망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인도의 철강 내수 수요는 연간 1억6000만~1억9000만 톤 수준으로, 자동차·가전·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연평균 9% 성장세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중국 중심의 글로벌 철강 공급망을 보완하는 ‘대체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 분야에서도 중장기 협력 기반 구축이 추진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인도 공과대 마드라스(IIT-M) 및 타밀나두 주정부와 함께 스마트 조선소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설계·생산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향후 현지 조선 산업 육성 정책과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인도 정부가 추진 중인 조선 산업 육성 프로그램(NSHIP-TN)과 맞물려 JV 설립 및 신규 조선소 건설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현지 시장 특화 전략이 두드러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인도 이륜차 업체 TVS 모터와 협력해 전기 3륜차 공동 개발에 나선다. 인도는 세계 최대 3륜차 시장으로, 도심 물류 및 단거리 이동 수단으로 활용도가 높다. 양사는 2037년까지 약 43만대 보급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현대차가 그동안 추진해온 전기 3륜차 콘셉트 ‘E3W’의 상용화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디지털·플랫폼 협력도 강화된다. 네이버는 인도 최대 IT 서비스 기업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와 지도 및 위치 기반 서비스 분야에서 협력한다. 데이터·클라우드·AI 기술을 기반으로 현지 맞춤형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며, 향후 인도 디지털 생태계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에너지·인프라 분야에서도 대형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GS건설은 약 9200억원 규모의 풍력 리파워링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인도 신재생에너지 기업과 추가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효성중공업은 아다니 인프라와 함께 초고압직류(HVDC) 송전 기술 협력에 나선다. 인도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대응해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바이오, 금융, 소재,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병행됐다. 비만·당뇨 치료제(세마글루타이드) 공동 개발, 인공지능 기반 금융 서비스, 광산 설비 공급, 화장품 유통 등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협력도 포함되며 산업 저변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포럼의 가장 큰 특징으로 ‘현지화 전략의 본격화’를 꼽는다. 과거에는 완제품 수출이나 일부 생산기지 이전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합작법인 설립과 기술 이전, 공동 개발을 통해 인도 산업 생태계에 직접 편입되는 구조가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 갈등 심화와 보호무역 강화 속에서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인도 특유의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규제 환경, JV 설립 시 지분 구조 및 경영권 배분 문제, 인프라 구축 속도 등이 변수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MOU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단계”라며 “실제 투자 집행과 수익 창출까지는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력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를 단순 수출 시장이 아닌 핵심 전략 거점으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생산과 소비, 기술과 데이터가 결합된 ‘복합 거점’으로서 인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향후 양국 경제 협력은 더욱 구조화되고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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