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한은, 금리정책 기류 바뀌나...인하에서 인상으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5.1% 늘며 성장률 반등을 이끌었다. 반도체의 기여도도 컸다. 1분기 성장률 반등은 수출과 투자 회복이 함께 작용한 결과였지만, 중심에는 반도체 제조업이 있었다. 한국...

한은, 금리정책 기류 바뀌나...인하에서 인상으로

유상대 부총재 “인상 사이클 가능성” 제기

성장률 전쟁 충격 ‘미미’...물가 상방 압력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내부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시장은 올해 금리 인하 시점에 주목해 왔지만, 중동 전쟁 이후 유가와 환율이 뛰고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반등하면서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3일(현지시간)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이다. 최근 금통위원이 공개 발언에서 금리 인상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유 부총재의 판단은 성장과 물가의 방향이 동시에 바뀌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4월에 금리를 동결할 당시 전쟁으로 인해 성장률은 낮추고 물가는 높여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후로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성장률은 당초 예상한 2.0%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물가상승률은 2.2%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사이클이 굉장히 강하게 작용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좋아지고, 정부 부양책으로 소비 심리도 많이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의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1.7% 증가했다. 이는 2020년 3분기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제시했던 1분기 전망치 0.9%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5.1% 늘며 성장률 반등을 이끌었다.

반도체의 기여도도 컸다. 1분기 성장률 반등은 수출과 투자 회복이 함께 작용한 결과였지만, 중심에는 반도체 제조업이 있었다. 한국 경제가 중동발 유가 충격에도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한 배경이다. 유 부총재도 1분기 성장률 급반등에 대해 “놀랄 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장률 전망을 보는 해외 기관들의 눈높이도 빠르게 올라갔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한 달 전 1.6%에서 2.7%로 1.1%포인트(p) 올렸다. JP모건체이스도 2.2%에서 3.0%로 0.8%p 높였다. BNP파리바는 2.0%에서 2.7%, 씨티그룹은 2.2%에서 2.9%로 각각 상향했다. 42개 기관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1%로 한 달 전보다 0.1%p 올랐다.

문제는 성장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물가 전망도 함께 올라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4월 통화정책방향 참고자료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전월보다 높아졌다.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상방 압력이 크게 확대되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 2월 전망치 2.2%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기관들도 물가 전망을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주요 기관 38곳의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2.5%로 한 달 전 2.3%보다 0.2%p 높아졌다. 이 가운데 17곳이 전망치를 올렸고, 낮춘 곳은 없었다. JP모건은 물가 전망을 1.7%에서 2.7%로 1.0%p 상향했고, DBS는 1.8%에서 2.6%,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2.1%에서 2.9%로 각각 0.8%p 올렸다.

유 부총재는 물가와 관련해 “정부의 여러 물가 정책 대응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외부적 충격과 여러 경제 여건에 따라 이제 금리인하 사이클보다는 인상 사이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가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

다만 당장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유 부총재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5월 말 금통위까지의 상황을 더 보고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와 물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금통위원들의 6개월 금리 전망 분포가 지난 2월보다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도 했다.

환율도 통화정책의 부담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 전쟁 이후 1500원 선을 넘나들다가 최근 1470~148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 부총재는 현재 환율 수준에 대해 “기초여건을 볼 때 과거에 비해 높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 환율이 굉장히 문제 있다고 안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원화 국제화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유 부총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국제화 여부를 규제 완화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선진국 통화처럼 거래 규제를 없앤다고 해도 외국인이 원화를 많이 쓰지 않으면 국제화가 됐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원화를 많이 쓰면 국제화가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현송 신임 총재가 언급한 원화 국제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가 더 많이 쓰여서 환율이 급격하게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잠재성장률을 둘러싼 평가에는 선을 그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1.71%, 내년 1.57%로 예상한 데 대해 유 부총재는 “한국은행이 추세적으로 추정한 잠재성장률은 2%에서 2%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라며 OECD 전망은 “좀 과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쏠림에 대해서도 단순한 비중 확대 자체보다는 사이클과 낙수효과를 봐야 한다고 했다. 유 부총재는 “반도체 비중 자체가 커져서 걱정하기보다는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거나 낙수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낙수효과는 정부 구조조정이나 재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반도체 사이클도 최근 사이클이 지금까지보다는 더 길어질 것이라고 보는 국내외 시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