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욱 대기자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미 우리의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 SF영화 수준에는 못 미쳐도 상당한 실용화가 이뤄졌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자율주행의 최종 단계는 도로·기상 조건의 제약 없는 무인 운행을 의미하는 레벨5(완전 자동화)다. 그러나 센서의 한계와 돌발상황 대응력 때문에 2035년에도 등장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지금은 사람이 운전석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감시하는 레벨2(부분 자동화) 상용화 단계다. 딴짓을 하다가 자동차가 신호를 보내면 개입하는 레벨3(조건부 자동화)는 막 시작됐다. 테슬라의 FSD, 포드의 블루크루즈, GM의 슈퍼 크루즈, 현대차의 HDA, 메르세데스-벤츠의 드라이버 파일럿 등은 기술을 모르는 사람도 한번쯤 들어봤을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자율주행은 대중교통 영역에서 더 큰 진전을 이뤘다. 정해진 노선을 반복적으로 다니는 버스와 일정한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택시는 매번 다른 경로를 택하는 승용차보다 통제하기 쉽기 때문이다. 선두주자인 미국의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LA, 피닉스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중국은 상용화에서 미국을 바짝 쫓는다. 운전자가 아예 없는 이 자율주행 택시는 특정한 지역과 조건 안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레벨4(고도 자동화) 단계다.
우리나라는 택시보다도 통제가 쉬운 버스를 중심으로 경험을 쌓는 중이다.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 발전 속도를 중시하는 중국과 달리 공공 서비스에 기반한 안정적 확산 전략이다. 어제 세 번째 노선이 열린 서울의 자율운행 버스 ‘새벽 동행’이 대표적이다. 반복운행하는 버스는 위험을 기억하기 쉽고, 도로를 고쳐 난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사이드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이 법적 책임 소재를 찾는 고육책이거나, 규제 탓에 나온 부득이한 선택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안정적 발전은 기술의 도태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규제합리화위원회가 AI·자율주행차를 규제혁신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자율주행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