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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판 골드만삭스' 키운다더니…모험자본 자금은 'AAA채'로

정부가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을 앞세워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유도하면서 증권업계가 벤처·스타트업 투자 확대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사들은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하며 리서치 조직과 투자...

'한국판 골드만삭스' 키운다더니…모험자본 자금은 'AAA채'로

여의도 증권가. 사진=김호성 기자.

정부가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을 앞세워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유도하면서 증권업계가 벤처·스타트업 투자 확대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사들은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하며 리서치 조직과 투자 조직까지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자금은 위험자산보다 사실상 무위험 자산인 정책성 채권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IMA 상품 1~4호까지 총 2조5600억원 규모를 설정했다.

초기 1·2호 상품은 각각 1조원 규모로 조성됐고 이후 상품은 3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현재 모집 중인 5호 역시 3000억원 안팎 규모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21조6300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IMA 1·2호 상품을 각각 1000억원 규모로 판매했고 발행어음 잔액은 10조1000억원 수준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 3월 IMA 사업자로 지정된 뒤 4000억원 규모 1호 상품을 완판했고 다음달 1200억원 규모 2호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허용되는 상품이다.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통합 운용하면서 원금 지급 의무를 지는 구조다. 조달한 자금의 일정 비율 이상을 벤처·중소기업 등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발행어음 역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조달 규모가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증권사의 기업금융 기능 확대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발행어음·IMA 조달 자금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을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했다. 의무 비율은 올해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IMA·발행어음 사업자의 모험자본 공급 규모는 총 9조8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조달금액 57조2000억원 대비 17.3% 수준으로 의무 비율을 웃돌았다.

증권사들은 리서치 조직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중소·중견기업 담당 연구원을 기존 3명에서 6명으로 늘렸고 하나증권은 스몰캡 분석 강화를 위해 미래산업팀을 신설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혁신성장팀을 꾸려 시가총액 1조원 이하 기업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 모험자본 외치지만 자금은 AAA채로

다만 시장에서는 모험자본 확대 흐름과 실제 자금 운용 방향 사이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것이 산업은행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첨단기금채)이다. 첨단기금채는 국가 첨단산업 지원 목적 채권으로 최고 신용등급인 AAA 등급을 갖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모험자본 투자 실적으로 인정된다.

사실상 안전자산이지만 규제상 모험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보니 증권사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3월 25일 산업은행이 발행한 3000억원 규모 첨단기금채 가운데 상당 물량을 IMA 사업자들이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500억원, 미래에셋증권은 200억원 규모를 각각 인수했다. 해당 채권은 만기 1년, 금리 3.04% 조건으로 발행됐다.

시장에서는 발행 당시 금리 상승 부담에도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몰리며 오버부킹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일부 기관은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위험이 큰 벤처투자 대신 안정성과 규제 실적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첨단기금채가 사실상 최적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내 벤처·스몰캡 시장 자체가 대규모 자금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협소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1분기 BBB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3950억원 수준으로 전체 회사채 시장 대비 비중이 1% 수준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투자처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경우 일부 벤처·스몰캡 시장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며 버블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최근 코스닥 상장 규제 강화와 중복상장 제한 흐름까지 겹치면서 투자 자금이 실제 회수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 증권사 유동성 부담 우려도

업계에서는 모험자본 확대 자체보다 장기적인 운용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MA와 발행어음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반대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채 성격 자금이기도 하다.

조달 규모가 급격히 커질수록 투자 실패나 유동성 리스크 부담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경우 제도 취지와 달리 모험자본 형태만 갖춘 우회성 자산으로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실제 혁신 기업 투자 생태계와 회수 시장까지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조달 규모만 늘릴 경우 자금은 결국 안전자산과 정책성 채권 중심으로 다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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