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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학폭위 회의록 진위 확인 어떻게"…녹음 대조 못 하는 제도 빈틈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하지 않은 말이 회의록에 들어가 있으면 어떡합니까. 향후 수사 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는 자료에 말입니다.”

"학폭위 회의록 진위 확인 어떻게"…녹음 대조 못 하는 제도 빈틈

회의록 작성·보존 의무 있지만

녹음파일 생산·보존 의무 없어

“증거로 쓰이는 만큼 보존 필요”

회의록 자료사진. /픽사베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하지 않은 말이 회의록에 들어가 있으면 어떡합니까. 향후 수사 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는 자료에 말입니다.”

경남 한 40대 학부모 ㄱ 씨는 2022년께 학교폭력 피해 자녀의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 작성된 회의록이 실제 했던 말과 다르게 작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4년가량 학폭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 작성된 회의록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제도는 학폭위 회의록 작성·보존은 의무화하고 있지만 심의 내용을 녹음하거나 녹음파일을 보존하도록 한 규정은 없다. 학교폭력예방법을 보면 학폭위가 회의 일시·장소·출석위원·토의내용·의결사항 등을 기록한 회의록을 작성·보존하도록 규정한다. 피해학생·가해학생 또는 보호자는 회의록 공개를 신청할 수 있다. 반면 녹음파일이나 녹취록을 별도로 생산·보존할 의무는 없다.

이에 ㄱ 씨는 회의록에 사실관계 오류가 있다는 이의가 제기돼도 실제 발언과 대조할 원본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교육청이 제공한 ‘2026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운영 안내’ 자료를 보면, 학폭위가 속기록·녹음기록·녹취록을 생산할 의무가 없으며 회의록은 ‘발언 전체’가 아닌 ‘요지’를 기록하면 된다고 안내한다. 전국 시·도 교육청도 이 지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다.

예를 들어 교육당국은 통상적으로 정확한 회의록 작성을 위해 속기사를 활용한다. 일부 속기사가 업무 목적으로 심의 과정을 녹음하고, 회의록 작성이 끝나면 녹음파일을 파기하는 식이다. 녹음파일은 보존 의무가 없어서다.

당사자는 회의록을 열람·복사해 교육당국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거나 행정심판 등 불복절차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원본 녹음이 삭제된 뒤라면 검증에는 한계가 있다.

회의록 자료사진. /픽사베이

ㄱ 씨는 “학폭 피해 학생과 보호자들이 회의록 내용을 확인했을 때 실제 심의 과정과 다른 부분이 있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인 사건 책임을 묻는 차원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교육당국은 녹음파일 보존에 따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학폭위는 다른 공공기관 회의와 달리 비공개 회의”라며 “녹음파일이 유출되면 2차 가해 등 여러 피해가 잇따를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회의록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한다”며 “관련 법령과 제도 운영 현황을 살펴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대조가 어려운 점은 피해 주장 학생·가족 구제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학폭위의 비공개 원칙, 심의·의결의 독립성·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남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학폭위 회의록은 피해자와 가해자, 심의위원 등의 진술과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쟁점이 담기는 공식 기록”이라며 “사안에 따라 행정, 수사기관 등에 제출돼 증거자료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회의록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피해 학생·가족 구제 차원에서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회의 내용에는 학생들의 개인정보와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녹음파일을 무제한으로 공개하는 방식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피해자·가해자 등 사건의 당사자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접근 권한을 가진 사람에 한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접근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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