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전은 ‘유기적 대응’에 있다
정기성 전남광주시의회 교육위 위원
2026년 10월 12일(월) 22:00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배움의 터전이자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보금자리다. 교육의 출발점은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외부인의 무분별한 출입으로부터 학생과 교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스마트출입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키오스크를 기반으로 방문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이 시스템은 학교 건물 안의 안전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 시스템이 학교의 모든 공간을 완벽하게 지켜주는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다. 첨단 기기의 직접적인 통제가 미치지 않는 운동장과 정문 입구 등은 여전히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지난 7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교내에 무단 침입해 학생을 폭행한 사건은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 안전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가해 학부모는 학생 간 다툼을 이유로 교내 운동장에서 상대 학생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물리적 폭행을 가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시스템 통제가 미치지 않는 학교 운동장이었다. 외부인 출입 통제 규정이 있었음에도 정문을 지키던 배움터지킴이가 교내 순찰을 나간 사이 가해자는 아무런 제지 없이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이는 최신식 출입통제시스템과 소수의 경비 인력만으로는 돌발 상황을 차단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현재 일선 학교 현장은 안전 관리를 배움터지킴이 한두 명의 인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지킴이들이 학생 보호를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넓은 학교 공간을 동시에 감시하거나 돌발적인 물리적 폭행 상황을 통제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부산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교직원이 폭행 상황을 목격했음에도 적극적인 제지나 신고 없이 방관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주변 학생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상황이 수습되었다.
이는 교내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개입하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교직원들의 안전 관리 의식과 현장 대응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학교 안전의 패러다임을 시설과 인력 중심에서 학교 구성원 전체의 유기적 대응 체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스마트출입관리시스템의 통제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단순한 녹화 기능을 넘어 외부인의 이상 행동이나 무단 침입을 스스로 감지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형 CCTV를 선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위험 상황이 포착되면 지능형 CCTV가 즉각적으로 교무실과 관리자에게 상황을 알리고 연락을 취하는 자동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배움터지킴이의 순찰 공백을 첨단 기술로 메우고 신속한 초기 대응이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구성원들의 현장 대응 역량을 길러야 한다. 경보 시스템이 울려도 현장에 있는 교직원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른다면 무용지물이다. 돌발 상황 발생 시 최초 목격자가 즉시 개입하고 상황을 전파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넘어선 실전 훈련이 필수다. 교직원들이 위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몸으로 체득한 대로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모의 훈련이 학교 현장에 정착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직원들이 주저 없이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폭력 상황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이나 책임 문제로부터 교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울타리가 필요하다.
나아가 출입관리시스템과 배움터지킴이 그리고 교직원이 촘촘한 그물망처럼 연결될 수 있도록 교내 곳곳에 직통 비상벨과 핫라인을 확대 설치하여 위기 상황 시 삼위일체의 공조가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 어떤 곳보다 두려움 없는 든든한 장소여야 한다. 가장 강력한 방패는 차가운 철문이나 기계가 아니라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어른들의 책임 의식과 빈틈없는 유기적 대응 체계이다.
우리 지역의 모든 학교가 안전지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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