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후보의 업스테이지 주식 처분 경위를 두고 ‘주식 파킹’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2024년 3월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시절 아이티데일리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아이티데일리 DB)
[아이티데일리] 인공지능(AI) 업계가 정치권 공방에 휘말렸다. AI 업계 핵심 인사였던 하정우 후보의 업스테이지 주식 처분 경위가 ‘주식 파킹’ 의혹으로 번지면서다. AI 업계에서는 합법성 여부와 스타트업의 베스팅(Vesting) 관행, 정치 공세 가능성까지 다각도로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하정우 후보의 업스테이지 주식 처분 경위가 논란이다.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소속된 법무법인 다함의 홍종기 대표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주식 파킹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 후보가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재직 당시 보유 주식을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각해 차명 보유 후 되찾으려 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우선 의혹의 소지가 있는 사안이라면 먼저 나서서 정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아니라, 공직자가 이 같은 사안을 사후에 해명하는 구조 자체가 옳지 않다는 것”이라며 “논란이 터지고 나서야 설명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법이니 문제없다는 식의 해명은 결국 업계 관행을 방패 삼는 셈”이라며 “7만원짜리 주식을 100원에 넘긴 것 자체를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공직자로 나간다고 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춰 미리 풀어 설명하는 모습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 지분 관리 방식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 관계자는 “선거 국면이라 정치적 공격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선거 유무와 관계없이 국민 신뢰를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분야 전문가의 공직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사례가 남길 영향을 우려했다. 실제로 하 후보는 지난해 6월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된 뒤 약 10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사의를 표명하고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초대 AI수석 자리에 공백이 생기면서 AI 정책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이 관계자는 “이 분야 전문가들이 공직에 왔을 때 훨씬 더 체계적이고 상황에 맞게 처신한 좋은 선례가 남아야 업계가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 후보가 네이버 재직 중 이해관계가 있는 업스테이지의 지분을 취득한 부분에 대해 일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절차상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AI 기업 대표는 “하 후보는 당시 네이버 임원이었던 만큼 사규를 모두 체크하고 회사의 공식 확인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당시만 해도 업스테이지가 지금처럼 밸류가 높아질지 알 수 없었고 금액 자체도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전적 이득보다 적발 시 네이버에서 쌓아온 커리어를 잃을 위험이 훨씬 크다”며 “굳이 사규를 어겨가며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석 임명 이후 절차에 대해서도 그는 “수석으로 가면서 재산공개를 모두 했고, 그 과정에서 매각이나 백지신탁 절차를 거쳤다”며 “본인이 먼저 해명을 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정서라는 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선거를 2주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감안해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AI 업계 관계자는 한 번 불거진 의혹이 사실관계 해명에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현실을 우려했다. 그는 “하 후보는 국내 AI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보니, 누구와 만나서 밥 한 끼만 먹어도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따라붙는다”며 “그만큼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는 뜻이기도 한데, 정작 사실관계가 정리된 뒤에도 ‘타진요’처럼 끝까지 안 믿는 사람은 안 믿는 분위기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전했다.
하 후보와 업스테이지는 이번 의혹에 대해 잇따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정면 반박했다.
양측 입장의 핵심은 모두 “스타트업의 통상적인 베스팅 원칙에 따른 정상 거래”라는 데 모인다. 베스팅은 임직원이나 창업자가 받은 주식을 일정 기간 근무해야 단계적으로 소유권을 확정받는 제도로, 스타트업 초기에 현금성 보상 대신 주식을 베스팅 형태로 부여하는 것은 업계에서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하 후보는 2021년 업스테이지와 ‘3년 거치, 3년 분할’ 조건의 베스팅 계약을 체결하고 주식 1만주를 액면가로 부여받았다. 당시 네이버에 재직 중이던 하 후보는 회사의 공식 허락을 받고 업스테이지의 AI 교육 사업에 한정해 비상근 자문 역할을 맡았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설명이다.
문제가 된 4,444주 매각에 대해서는 주주간계약에 따른 자동 반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무보유기간(6년) 중 일부를 채우지 못한 주식은 액면가로 대표 또는 대표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자동 반환하도록 돼 있어 4,444주가 최대주주인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에게 반환됐고, 나머지 5,556주는 공직자윤리법상 백지신탁 의무에 따라 처리됐다는 설명이다.
업스테이지 측은 “반환된 주식은 대표 개인 소유가 아니라 인재 채용과 직원 보상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계약서에 명기돼 있다”며 “사적 재산으로 유용하거나 파킹 거래를 했다는 주장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업스테이지 측은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라 먼저 나서지 않았으나, 한국 AI 발전을 위해 달려온 진심이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는 상황이 안타까워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입장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하 후보는 독파모 사업 선정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하 후보 측은 “AI수석실은 국가 AI 정책의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관일 뿐, 개별 사업의 업체 선정 등 집행 과정에는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며 “해당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문심사위원단의 공정한 평가를 통해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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